▲ 이동신 수석

경미한 추돌사고 후 상대방이 목을 잡고 내린다면, 종전 사고경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고에 놀라서 근육통을 느끼지 못하고 자고 나면 다음 날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축구나 등산을 하고 나면 다음 날 몸이 아픈 것과 같은 이치다. 보험사에 접수되는 교통사고의 상당수가 이러한 후미추돌이거나 경미한 접촉사고다.

교통사고 보상을 담당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5:4:1 법칙’이 한때 유행했다. 즉, 접수되는 사고 중에서 절반은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고, 나머지 40%는 통원치료가 가능하며, 사고의 10% 정도만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당시 이웃 나라 일본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9.1%)을 감안한 수치였다.

인간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병은 감기가 아니라 실제로는 잇몸질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분쟁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폭행이나 사기가 아니다. 경찰서에 가보면 교통사고조사반이 가장 바쁘고 가장 많은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실제로 경찰서 처리하는 사건의 50%가 교통사고이고 그다음이 폭행 사건이다. 심지어 미국 경찰관도 업무의 80%를 교통통제와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하니 이 시대 가장 빈발하는 싸움은 돈과 감정이 동반된 교통사고 분쟁임이 분명하다.

교통사고 직후에는 현장에서 1차적으로 과실분쟁이 생기지만, 다음 날 피해자가 아프다고 대인접수를 요구하면 가·피해자 간 2차 분쟁인 ‘꾀병분쟁’이 발생한다. 가해자(피보험자) 입장에서는 후자가 더 마음이 상하고, 추후 보험료 할증에서도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이유로 대인담당 직원도 과실분쟁보다 꾀병분쟁이 더 해결하기 힘들다. 보험사 직원은 이런 사고조사에 여러 가지 한계를 느끼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 계약자나 피보험자들은 현직 경찰관도,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보상직원에게 요구하곤 한다. “치료를 못 받게 해 달라. 검찰에 고발해 달라”고 소리치지만, 보상직원들도 대안이 없기에 고객인 가해자측 불만을 들어주고 달래는 것이 업무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금융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개선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19년 8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답변에서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과다치료비 등은 자동차보험의 신뢰도·형평성 훼손, 보상심리 확대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금 증가 등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보험연구원을 중심으로 경미사고 과다치료비 현황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3일 국회대강당에서는 <경미사고 시 탑승자 상해위험 연구>를 주제 발표한 홍익대 김규현 교수가 “범퍼 스크래치 정도의 경미사고 시 탑승자 부상위험은 거의 없다”고 보고했다.

□‘경미손상 수리기준’상의 경미 1·2·3 유형은 부품교환 없이 수리 가능한 손상.

  -  2016년 개정 표준약관 상의 경미손상 기준

  1 유형 : 범퍼의 투명 코팅막만 벗겨진 손상(페인트 손상 없음)

  2 유형 : 투명 코팅막 안쪽의 페인트까지 긁힌 손상(범퍼플라스틱 손상 없음)

  3 유형 : 투명 코팅막, 페인트와 범퍼모재까지 긁힌 손상(찢김, 함몰, 꺾임 제외)

□ 통계 추출 : 경미사고 3유형 이하로 수리가 이루어진 사고에서의 통계

▪ 전체 사고 중 경미사고 발생 비율 : 22.1%

▪ 경미사고 대인보험금 청구비율 : 26.3% 

▪ 경미사고 피해자 평균 통원일수 3.7일, 평균 입원일수 1.6일

[보험연구원 8월 23일 보도자료]

김규현 교수는 탑승자의 상해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범위를 제시했고,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의 ‘경미손상 수리기준 3유형’ 이하의 사고 충격은 고속버스 탑승 등 일상생활에서 받는 충격 수준과 유사하여 탑승자 상해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독일,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교통사고 부상 여부 판단에 공학적 접근을 인정하고 있어 국내에도 이를 활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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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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