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걷잡을 수 없는 '문제' 국회서 다뤄야

▲ 최석범 기자

[보험매일=최석범 기자]‘조국’이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험업계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날 조짐이 보인다.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제2의 조국 청문회’로 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일정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조국 대전’을 선전포고했다. 정무위 야당 위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초점을 맞추고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를 비롯해 사모펀드 운용사, 투자 대상 기업 등 관련자 수십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는 국회 정무위 피감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 일정을 4일과 8일로 합의했지만, 문제는 보험업계의 현안들이 ‘조국 블랙홀’에 밀려 심도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은행업계 최대 이슈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가 국정감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보험업계 현안인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제외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이슈인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는 ‘조국 사모펀드 의혹’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에 가려질 만큼 작은 사안이 아니다. 국민들의 가계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주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혹은 통원치료를 할 경우 의료비의 실제 부담금액을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으로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129.1%(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해 수익성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2016년 13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질수록 보험회사는 적자를 안게 되고, 결국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피해가 보험가입자(국민)에게 돌아간다. 보험연구원은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현재 40대가 60세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7배 증가하고 70대의 경우 17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연간 적자를 1조 70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보니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상품판매를 중단하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2년 간 DB생명보험, KB손해보험, DGB생명보험, KDB생명보험, 푸본현대생명이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판매중단했다. 

손해율 문제가 지속될 경우 소수의 보험사만 상품을 판매하게 되고, 보험가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선택권에서 제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금융당국에 사태의 심각성을 강하게 피력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주문해야 하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항상 어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하지만 요즘처럼 보험업계가 어려운 적이 없었다. (손해율 문제를 잡지 못하는)이 상태가 지속 되면 규모가 적은 보험사 몇 곳은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만큼 커졌다. 급증하는 손해율을 바로잡지 않으면 많은 수의 보험가입자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 위원들은 정쟁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민생사안인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는 질의와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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