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서 시장심리 안정 주력...구조조정엔 '원칙론'

[보험매일=이흔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끄는 문재인 정부 2기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말쯤 출범한다. 물론 인사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한다는 가정에서다.

은 후보자에게 놓인 첫번째 과제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이후 불확실성이 증폭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발등의 불을 큰 탈 없이 끈다면 금융혁신과 금융산업 선진화 등 과제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 위기 상황서 시장심리 안정 주력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 후보자는 8·9 개각 다음 날인 10일부터 주요 금융정책 현안 파악에 착수했다.

은 후보자의 최우선 관심 분야는 최근 미중 분쟁과 한일 경제전쟁으로 흔들리는 금융시장에 대한 안정 문제다.

은 후보자는 코스피가 2,000선을 하회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시장 심리를 안정화하는 방안에 골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 전세계적인 위기의 파고를 넘는 과정에 모두 관여한 경제관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 대응 매뉴얼을 자다 일어나서도 바로 줄줄 읊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지난 9일 내정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시장 심리 안정에 주력했다. "지나친 공포감이 혼란을 부른다"거나 "스스로 위기라고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위기가 온다"면서 시장 심리를 다독이려 노력했다.

일본과 경제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기업에 대해선 이미 발표한 정책의 '집행'을 이야기했다.

그는 "기업 하시는 분들이 금융 측면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최종구 위원장이 준비한 일본 관련 각종 대응책을 잘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본의 보복조치로 피해를 보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보증 만기를 연장하고 최대 6조원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을 현장에서 가동 중이다.

다만 일본과 경제 전쟁 대응책에 대해선 다소 강경한 노선을 피력한 바 있다.

은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타협으로 안 된다면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유와 주권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있어야 하는데 희생이 무섭다 보면 자유를 지킬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야기하는 이주열 한은총재와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서울=연합뉴스)

◇ "결국 방점은 금융 혁신"

현재의 긴급 상황을 해결할 경우 금융혁신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길 예정이다.

은 후보자는 9일 내정 소감으로 "균형과 안정 속에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결국 방점은 혁신"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배경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혁신이 필요하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혁신"이라면서 "혁신을 통해 금융 시스템도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방점을 두고 싶은 것은 혁신"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혁신은 문재인 정부가 그를 금융위원장으로 선임한 이유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9일 개각 발표에서 국내 금융시장·산업에 대한 안정적 관리, 금융혁신 가속화, 금융산업 선진화,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질서 확립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10~12월 중 진행될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예비인가는 금융 혁신 분야에서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인터넷은행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대어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금융서비스, 핀테크(금융+첨단기술), 금융 데이터 규제완화 등도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과제다.

◇ 성동조선 예상 깨고 법정관리로 보낸 원칙론자

당장 불거진 과제는 아니나 구조조정 분야에선 겉으로 부드러운 듯 보이지만 속이 강한 은 후보자의 본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수출입은행 행장 시절 그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재무적 측면과 산업컨설팅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이 납득하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를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지역 정서를 고려해 신규 자금을 다시 한번 지원하는 정무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법정관리였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론이었다.

물론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산출한 결과물이었지만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판단이 상당 부분 개입된 결정이었다.

주력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은성수호 금융위가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공기업에 특별명예퇴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회 기재위에서 특별명예퇴직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임금피크자들이 조기 은퇴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젊은 사람들한테 준다면 일자리 창출이나 조직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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