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선천적 말더듬이였다. 거기다가 성질도 급했다. 성질이 급해서 말을 더듬는 것인지 말을 더듬어 성질이 급해진 것인지 까닭은 알 수 없으나 이를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말이 사람 잡네, 라며 말더듬이 때문에 혹여 막내가 엇나갈까 봐 걱정을 달고 살았다.

어느 해인가 막내는 친구들과 말다툼을 하다 울며 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당연히 말다툼에서 밀린 막내가 그 급한 성질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린 것이다. 싸우다 상대가 울어버리면 당연히 게임 오버.

그런 일이 있은 후 막내의 말 수는 급속히 줄어들었고, 말은 더 어눌해져 갔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횟수도 그에 비례해 줄어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나섰다. 아버지는 막내를 불러 말싸움 ‘기술’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아이디어는 기발했다. 막내의 단점을 장점으로 역전 시킨, 말하자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아니 칸트적 사유 혁명이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의 게임 기술을 연마한 막내는 그 후 절대 말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다. 백전백승. 막내는 사백 년 전 해군 제독이었던 장군의 그 화려한 전적을 거머쥐었다.

봉구 씨는 막내가 친구와 말다툼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니가 나 해봐?”

“……”

“빙신!”

“……”

“말도 못한 새끼가, 큭큭”

‘말도 못하는 새끼’, 그 말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격이었다. 막내의 반격이 시작됐다.

“시, 씨발 노, 놈아. 니가 다람쥐에 칼로 올라가게 숙제하는 빙신 오살 씨바.

선생님 솔가지 가방까지 올라가냐. 우리 아버지 커져 염소 지붕 감나무로 같이 씨바.

@^#*?~!@.•*?!@.@^#*?(7~)!@%$%^&*(&^%$$$&@……”

막내는 그 상황에서 떠오르는 모든 단어를 랜덤하게 쏟아부으며 악을 써댔다. 그렇게 '말'을 할 때 막내의 말더듬 현상은 감촉같이 사라졌다. 아마도 그 ‘말’들은 뇌에서 정제돼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가 판단하고, 곧바로 입을 통해 튀어나온 단어의 무조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욕은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배치됐다. 결과는 막내의 티케이오 승. 상대방이 막내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해 전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막내는 사람이 달라졌다. 말더듬이라는 자신의 결점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단지 생활에서 약간 불편한 정도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 같았다. 그 뒤에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도 막내는 잊지 않았다.

막무가내 경찰부터 부르자는 봉길 씨를 가까스로 설득한 건 숙자 씨였다. 그녀는 보기 드물게 차분한 어조로, 일단 셋이서 집안 곳곳을 다시 찾아보고 없으면 그때 가서 납치든 실종이든 유기든 신고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봉구 씨가 아내 말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길길이 뛰던 봉길 씨도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봉구 씨가 상황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어떤 때는 목격자처럼, 어떤 때는 형사처럼 표정을 바꿔가며 말을 시작했지만 그의 말은 느려 터졌다.

“용건만 빨리 얘기하지.”

숙자 씨가 답답해 죽겠다는 듯 남편을 재촉했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봉구 씨 말투가 갑자기 빨라졌다.

집을 비운 시간은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재활용 수거함에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쓰레기 처리장 개수대에서 손을 씻고 들어왔으니 제아무리 길어봐야 이십 분이다. 집안 곳곳을 이 잡듯이 찾았다. 그런데도 구슬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분명 침입자가 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지갑도, 아내의 결혼 예물 같은 값나가는 물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침입자는 처음부터 귀중품이나 돈 가방을 노리고 들어 온 게 아니다. 오직 구슬만을 위해 침입한 것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침입자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그러니까, 유, 유기!”

봉길 씨의 목이 다시 왜가리처럼 길어졌다. 봉구 씨는 코 대신 목이 점점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떠올리며 이렇게 일이 복잡하게 된 것이 모두 그놈의 영업 사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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