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 인식 꼬리표로 남아…변호사는 어디에? 형평성 지적도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최근 발의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손해사정사 및 보험 설계사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해당 법안이 전문지식과 보험금의 지급심사 절차에 관한 정보를 악용해 보험사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잠재적 보험 범죄자로 내몰렸다는 게 이유다.

보험사를 비롯해 보험업계에서 적지 않은 인력을 구성하고 있는 변호사가 해당 법안에서 누락됐다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일부가 전체로,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최근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손해사정사·설계사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보험설계사와 손해사정사와 같은 보험업계 종사자와 자동차관리사업 종사자,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가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 형량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보험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들이 전문지식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공모·방조할 경우 이를 적발하기 어렵고, 보험금 누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기죄가 인정된 손해사정사 및 설계사는 형량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변경된다. 벌금액이 2배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기 처벌 강도를 높여 보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보험사기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발의됐다.

하지만 손해사정사와 설계사 단체는 동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손해사정사와 보험설계사 등을 법안에 삽입하는 것이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잠재적인 직군이나 단체로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험업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문지식을 이용해 보험금 지급심사 절차에 관한 정보를 악용,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공모·방조한다는 문구가 삽입되면서 해당 직군이 암묵적인 범죄자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일부에 한정된 보험사기 공모·방조가 전체 손해사정사와 설계사로 묶여 발의된 이번 법안은 손해사정사 및 설계사의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손해사정사회 김지훈 사무처장은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방안으로 처벌을 강화해 보험사기를 잡겠다는 것은 1차원적인 생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보험사·변호사 빠진 법안, 불합리 주장

손해사정사와 설계사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공정성 측면에서도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에는 수많은 직군이 연관돼 있는 반면 소수의 직군만 묶여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와 변호사가 누락됐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보험사가 부책인 줄 알면서도 강경하게 면책을 시킨다던지, 손해율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기 때문에 엄염한 사기에 해당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법안에서는 보험사의 이 같은 행위는 빠져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 관련해 분쟁, 소송 등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법안에서는 누락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적지 않은 인력이 보험사 내외적으로 근무하면서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보험설계사 노동조합 오세중 위원장은 “변호사가 법적 지식을 악용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해당 법안에서 보험설계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이유로 입법예고 법안에는 반대 서명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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