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정상은 현대해상·KB손보…미래에셋·한화생명 ‘선두’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의 10년 이상 퇴직연금 장기 수익률이 생명·손해보험업권과 보험사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업계에서는 현대해상과 KB손보가 확정급여형(DB) 상품 및 확정기여형(DC) 상품에서 각각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생보업계에선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사업비의 대다수를 초기에 집행하는 상품 특성을 고려할 때 보험사 별 장기 수익률의 차이는 190조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 경쟁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퇴직연금 경쟁력 핵심은 장기 수익률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보험업계 퇴직연금 시장에서 10년 이상 거둬들인 수익률이 보험사별로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노동자가 퇴직할 때 지급할 돈을 금융회사에 적립·운용한 뒤 노동자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가 운용책임을 지고 퇴직 이후에 받는 금액이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과 회사가 일정액을 내고 노동자가 운용책임을 가지는 확정기여형(DC)으로 구분된다.

보험사는 퇴직연금 소비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초기에 사업비의 대다수를 집행한다. 자연스레 고객의 보험료가 몇 년간이나 납부됐음에도 불구 퇴직연금은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한다.

운용 수익률이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선 근로자가 퇴직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초장기 상품인 것이다.

때문에 퇴직연금 상품의 경쟁력은 대다수가 적자인 단기 수익률이 아닌 장기간 연금을 운용한 보험사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함으로써 판단할 수 있다.

보험사별 퇴직연금 자산운용 역량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된 셈으로 장기 수익률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가입 보험사별로 퇴직시 기대되는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1분기 DB형 퇴직연금을 10년 이상 가장 잘 운용한 보험사는 손보업계에서는 현대해상(3.43%) 생보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3.63%)이었다.

DC형에서는 손보사 중에서는 KB손보(3.7%), 생보사에선 한화생명(4.14%)이 각각 최고의 10년 장기 수익률을 기록, 상대적으로 건실한 자산운용 역량을 뽐냈다.

특히 DC형 상품 시장에선 한화그룹 계열 보험사가 업권별로 정반대의 실적을 나타내며 대조를 이뤘다.

한화생명은 DC형 상품에서 장기 수익률 1위를 차지한 반면 한화손보(3.29%)는 모든 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최대 0.85%포인트의 수익률 차이를 보였다.

◇ 시장규모 급성장…수익률은 ‘제자리’

보험업계 입장에서 퇴직연금 시장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퇴직연금 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됨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연금액을 불릴 수 있다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을 넘어서며 전년(168조4천억원) 대비 시장이 21조6천원(12.8%)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주로 연금 수령액이 정해져 있는 DB형 상품 가입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원리금을 책임져야 하는 DB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 DB형 시장이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3.1%에 달하며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고객에게 무조건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저금리 등 자산운용 환경의 악화를 고려해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예상 수익률을 낮게 설정할 수 밖에 없다.

고액의 보험료를 초장기간에 걸쳐 적립할 수 있는 장점이 명확하나, 고객이 가입할 유인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상품은 늘 저조한 수익률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고객이 원하는 확정금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보험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익률을 설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직연금 상품의 장기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도 따라잡기 버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장기 수익률에서 나타나는 격차는 결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지니는 개별 역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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