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 반려·공정위도 금융당국 이관…대리점협회 변수되나?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설계사들의 이직을 제한하는 보험업계의 관행에 대한 민원들이 잇달아 반려됐다.

설계사 단체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전체 설계사와 보험업계를 대상으론 개선 주체를 특정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던 민원 역시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되면서 설계사들의 코드 발급 문제는 결국 최근 이를 문제시한 대리점협회와 보험사들의 협상에 따라 향방이 결전될 것으로 보인다.

◇ ‘코드블로킹’ 개선 민원 권익위·공정위 ‘퇴짜’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직 보험설계사들에게 전 소속 보험사와 GA가 판매 코드를 부여하지 않는 ‘코드블로킹’ 문제의 해결이 미궁에 빠지고 있다.

설계사 단체들은 보험업계의 ‘코드블로킹’ 관행을 헌법상 명시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부 설계사들이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원을 연속으로 제기했으나 모두 반려되면서 관행 개선을 위한 행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우선 권익위는 설계사들의 민원 자체를 접수하지 않았다. 특정 설계사와 회사 사이의 문제가 아닌 설계사 전체와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코드 발급 문제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권익위는 회신문을 통해 “설계사 이직 제한과 관련된 민원은 진정요건에 해당되는 피진정기관과 피진정인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접수하지 못했다”며 “진정을 원할 경우 정확한 피해자와 가해 회사, 일시와 장소 등을 명시해 보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권익위가 ‘코드블로킹’ 피해를 입은 설계사 개개인이 이직을 제한한 보험사나 GA를 특정해 민원을 제출하라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결과적으로 승환계약 등의 명분을 업고 업계의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는 판매코드 제한 문제를 권익위를 통해 해결하려던 설계사들의 기존 행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재보험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보험업계와 날을 세웠던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해당 민원을 금융감독원에 이관하면서 설계사의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문제에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설계사·보험업계 간의 불공정행위 문제는 사적 계약인 위촉계약상의 문제로 이는 공정위가 아닌 금감원의 소관 사항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민원을 제기했던 설계사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매코드 발급 거부 및 이직 제한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를 개별적으로 구제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민원을 금감원에 이관한 공정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금감원이 보험업계의 자율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공정위가 민원을 넘겨중 것은 문제의 해결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이직 제한 문제 해결…대리점협회가 대안?

정부 기관을 통해 이직 제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설계사들의 기존 행보가 좌절되면서 코드블로킹 문제 해결의 키는 결국 업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설계사 위촉 계약 및 판매 코드 발급 등의 문제를 사적 계약으로 판단, 업계의 자율협약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최근 GA로 이직한 설계사들의 판매코드 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보험업계에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리점협회는 GA로 이직한 설계사들이 전 소속 보험사로부터 판매코드 발급 제한 사유나 발급 제한 기간 설정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전혀 전달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보험사와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GA 소속 설계사라면 원칙적으로 당연히 판매할 수 있어야하나 보험사의 별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금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대리점협회가 설계사들과 동일하게 이직에 따른 판매코드 발급 제한을 불공정 행위로 판단하고 보험업계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설계사 전체의 대표성을 특정하지 못해 정부 기관 민원을 통한 문제 해결이 좌절됐던 만큼 대리점협회와 보험업계 양측의 협상에 대한 설계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 단체 관계자는 “코드블로킹은 특정한 회사에 국한되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만연한 불합리한 관행이다”며 “정부 부서들이 문제의 해결보다는 민원을 서로 주고 받는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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