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실손 출시부터 치매보험 광풍까지…건전성 유지는 ‘관건’

보험업계가 고령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층 고객을 목표로 한 상품과 시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까지 받게된 고령 고객 특화 시장이 급부상한 원인과 성장 가능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시장 환경 변화에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까지 등에 업은 보험업계의 고령보험 시장은 이미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은 19개 상품 중 8개가 고령화 관련 상품이 차지할 정도로 신상품 개발에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고령보험의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소비자의 역선택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향후 보험업계는 고령 고객의 편익을 증진하면서도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손해율 측정 역량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배타적사용권 부여 상품 42% ‘고령화’ 특화 상품

고령보험 시장의 높아진 위상은 보험업계의 독점판매권인 배타적사용권 획득 현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상품심의위원회를 통해 상품의 독창성 등을 심사, 기준을 통과한 보험사에게 최장 6개월의 독점 판매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보험업계는 총 19개의 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부여 받았다. 이중 42%에 달하는 9개 상품이 고령층 고객과 관련된 상품이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은퇴 고령자의 노후 자산 부담을 줄여주는 퇴직연금보험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농협손보와 동양생명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치매 발병률에 주목, 치매 환자의 보장을 새롭게 신설하거나 기준을 완화한 치매보험 상품으로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급증한 간병비와 요양비 부담에 주목한 상품들도 시장에 출시됐다. DB손보는 간편고지 신장기간병요양진단비 특약을 통해 간병비는 물론 신장질환 보장을 두텁게한 신상품으로 당분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건강나이’ 관련 상품들도 배타적사용권 부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렌지라이프생명은 가입자의 건강증진 노력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되는 CI종신보험을, AIA생명은 건강등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건강보험 상품을 시장에 선보인 상태다.

고령보험 시장의 영향력 확대는 비단 신상품 출시에서 머물러 있지 않다. 실제 출시된 상품들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 아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며 시장성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도입된 정책성 보험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험 가입이 거절되기 일쑤였던 고령층, 유병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출시 10개월 사이 27만건의 계약이 모집됐으며 가입자의 절반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 손해율 악화 우려 떨치기 '급선무'

이처럼 고령보험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나 보험업계는 시장 전망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고령층을 위한 보험상품 출시에 따른 부작용으로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역선택 문제를 진지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령 고객 위주의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해야 하지만 유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보험사의 손해율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 자동차보험 부상 특약과 치매보험 상품 등 보험사들의 매출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였던 일부 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키거나 인수 기준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보험업계는 고령 고객의 편익을 증진하면서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대비 정교한 손해율 측정 역량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각종 신상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매출 역시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고령보험 시장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보험사의 성장에 필수적인 사실은 분명하나 위험률 측정에 실패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어 이를 제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