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주주가치 제고, 우리금융 이익 내부유보 방점…KB금융·신한금융은 중간

[보험매일=이흔 기자]국내 4대 금융지주가 2018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역대급 배당을 한다.

다만 주가 부양과 인수·합병(M&A) 자금 마련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둘지 경영 전략에 따라 배당성향이 갈렸다.

올해 지주체제로 재출발한 우리금융은 본격적인 '몸 불리기'를 위해 배당을 자제하고 이익을 남겨둔 반면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을 크게 높여 주가 부양에 힘을 실었다.

M&A 추진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균형 맞추기를 시도했다.

◇ 우리금융 '이익 남겨뒀다 M&A에 쓰자'에 방점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2018 회계연도에 보통주 1주당 650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21.5%로 전년의 26.7%에 견줘 5.2%포인트 낮아졌다. 이익을 주주들에게 덜 나눠주고 내부에 쌓아두기로 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M&A가 필수적인 상황이어서다. 우리금융은 올해 지주체제로 출범하면서 2∼3년 이내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천명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와 증권사를 사들일 계획이다. 자기자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계 문제도 더해졌다. 지주회사가 되면서 평가방식이 바뀌어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에 배당성향까지 높이면 부담이 된다.

우리금융이 올해 지주체제가 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자산 위험도 평가 방법을 기존 내부등급법에서 표준등급법으로 변경했다.

금융회사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 대신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적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이런 평가 방식 변경은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3.8%포인트가량 떨어뜨린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이 배당성향을 높이면 BIS 비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 이번에 배당을 자제하면서 높여 둔 수준이 15.9%다.

주가 부양도 과제이긴 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4%를 팔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해서다.

우리금융은 민영화됐지만 예보 지분이 있어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보가 지분을 팔아서 과거 '우리금융 살리기'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려면 주가가 1만4천300원이 돼야 한다.

우리금융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1만4천원으로 지난달 13일 상장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이익 환원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환심을 살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 하나금융은 주주가치 제고…KB·신한금융은 '두마리 토끼' 다 잡자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배당성향을 전년 22.5%에서 이번에 25.5%로 3.0%포인트나 끌어 올렸다.

4대 금융지주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고 상승 폭도 가장 컸다. 본격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나금융 주가 흐름을 보면 실적 개선세와 동떨어졌다.

최대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이 분기마다 통합은행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하나금융도 덩달아 좋은 실적을 이어갔지만 주가는 하락 추세에서 전환하지 못했다.

2018년 1월 2일 5만900원이던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그해 12월 28일 3만6천250원으로 29%나 떨어졌다.

이익을 배당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메워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의 시가배당률은 5.0%로 KB·우리금융(4.0%)과 신한금융(3.9%)에 견줘 높다. 시가배당률은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로 예금상품의 연이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가배당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올라간다.

하나금융은 M&A용 '실탄'을 쌓아둘 이유도 많지 않다.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베팅'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승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8년도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주주환원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며 고(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중간에 있다. 배당성향은 KB금융 24.8%, 신한금융 23.9%다.

배당성향이 올라가긴 했지만 상승 폭이 크진 않다. 주주가치 제고와 M&A 대비라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생명보험 인수에 관심이 있고 최근 증권·카드사 인수 의향도 피력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내 포트폴리오상 취약한 생명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고 자산관리에 우위가 있는 증권사, 고객 세그먼트에 강점이 있는 카드사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작년에는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현금배당금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려다 보니 배당성향이 올라갔다"라며 "이는 주식 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비슷한 행보다. 펀더멘털에 비해 낮은 주가를 부양하면서 M&A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을 연이어 사들였고 올해 롯데캐피탈 인수를 검토하는 등 M&A에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이사회에서 7천500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신성장 기회 확보를 위한 자본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계속 M&A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을 위해 고도화된 자본 관리 정책을 하면서도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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