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매출 증가세 훨씬 커…시장 영향력 및 규제 고려한 판단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매년 들쭉날쭉한 손해율로 울고 웃는 자동차보험을 대신해 수익성 좋은 장기보험을 택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MG손보, 더케이손보, AIG손보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 보험사는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 대비 장기보험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보험은 대형사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및 금융당국의 규제도 심해 각종 요인에 따른 손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자동차 대신 장기 집중하는 4社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더케이손보와 AIG손보는 자동차보험 보다 장기보험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손보사는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의 매출이 증가한 것 대비 장기보험의 매출이 타사 대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10월 기준으로 2014년~2018년까지 자동차보험이 13.8%(799억1,100만원) 증가한 것과 비교해 장기보험은 85.9%(1조3,594억원)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G손보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은 51%(291억2,500만원)줄었지만 장기보험은 20%(1,284억원)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더케이손보는 자동차보험이 5%(143억)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장기보험은 225%(766억원) 늘었고, AIG손보의 경우 2014년 10월부터 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했으며 장기보험은 392.2%(1,499억5,000만원) 증가했다.

이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매출 증가세 둔화 및 약세, 장기보험 매출 강화는 주요 손보사들 대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자동차 25.6%(8,072억원), 장기 3%(2,524억원) 증가, 현대해상 자동차 17%(9,538억원), 장기 9%(5,541억) 증가, DB손보 자동차 43%(8,157억), 장기 12%(7,003억) 증가, KB손보 자동차 17%(2,463억), 장기 14%(6,780억) 증가, 한화손보 자동차 47%(2,322억), 장기 27%(7,598억) 증가했다.

◇ 적자 보단 수익성 높은 ‘장기’ 선택
이들 손보사들이 상대적으로 자동차보험 대신 장기보험에 주력하는 이유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형사의 시장 장악 현상이 심화돼 있을 뿐 아니라 손해율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빅4라 불리는 대형사들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사고율이 낮은 우량 계약을 중소형사 대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중소형사에는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률이 높은 소비자가 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률 높은 계약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상악화 및 정부 정책의 변화, 금융당국의 규제도 시장 영향력이 작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판매 의지를 꺾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최악의 폭염과 함께 최저임금 및 정비수가 인상 요인으로 대부분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100%를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소비자 물가 안정을 이유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도 제한하면서 자동차보험 판매에 따른 적자도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중소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공략이 어려운 가운데, 손해율 악화 요인도 다수 존재해 이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보험료 납입기간이 길어 수익성에도 좋은 장기보험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지난 2017년 십여 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할 만큼 대부분 적자를 지속해 온 상품”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작은 손보사일 경우 적자를 보면서 판매할 바에는 우량고객만 일부 인수하면서 차라리 수익성 높은 장기보험 비중을 높이는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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