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특약 중복가입 안내 의무화…가입 막아버린 손보사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의 중복가입 안내 조치 이후 과열 양상을 보였던 손해보험업계의 특약 경쟁이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운전자보험과 변호사처리지원금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홀인원보험 등의 특약에 대해 소비자에게 중복가입 여부를 안내할 것을 지시했으나 손보업계는 가입 자체를 막아버린 상태다.

소비자들의 역선택 및 도덕적해이 현상이 우려되던 특약들인 만큼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지향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손보업계 특약 가입 ‘빗장’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특약 중복가입 안내 조치 이후 해당 특약들의 중복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월 6일 보험업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실손보험 이외의 기타손해보험 계약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계약체결 전 중복계약 여부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비례 보상되는 실손보험에 중복가입한 소비자들이 많았고 이들이 보장 내역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보험금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조치다.

이번에 중복계약 안내 대상에 포함된 특약들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교통사고변호사선임비용 ▲교통사고벌금(대물) ▲과실치사상 벌금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벌금 ▲일상배상책임(가족, 자녀) ▲6대가전제품고장수리비용 ▲민사행정소송법률비용 ▲홀인원특약 등이다.

손보사들은 해당 특약의 중복 가입안내를 넘어서 가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10개에 달하는 손해보험 특약들이 복수의 손보사에서 가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당 특약들은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 등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은 특약들로 손보업계의 주력 상품에서 활발히 판매됐던 바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관련 특약들과 일배책, 홀인원 특약 등은 이 같은 인기를 앞세워 손보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적극 활용했었던 상태다.

손보사들이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했었던 특약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중복가입 금지 조치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보험업계 경쟁 지양 ‘확산’
손보업계는 소비자들의 도덕적해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손보사들의 특약 가입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중복가입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특약을 적극 활용했던 손보사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악화된 손해율 문제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홀인원 특약, 일배책 특약 등이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높은 수익성을 이유로 이를 방치해왔다.

해당 특약들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정상적인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서 중복가입 자체를 막아버려 이를 해결하려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손해보험 시장에서 판매된 홀인원 특약은 2015년 22만4,676건에서 2016년 26만1,538건을 거쳐 작년 29만5,398건으로 계약건수 3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홀인원 특약 가입자들이 홀인원에 성공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확률은 가입자 대비 2015년 2.2%, 2016년 2.5%, 2017년 2.3%으로 치솟았다.

통상적으로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에 성공할 확률은 15만분의 1로 주말마다 18홀 경기를 하는 소비자는 홀인원까지 46년이 걸린다. 홀인원 특약의 보험금 지급 확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중복판매를 막은 특약들은 보험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우수한 수익성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외면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손해율을 관리하려는 손보업계의 입장이 일치한 결과 중복판매 금지가 이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