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연수원장 보험 전문성 약해"…'보은 인사' 논란 불가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연수원이 반년 가까이 공석이던 신임 연수원장을 결정했으나 보험업과 거리가 있는 국회의원을 선임하면서 보험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정희수 신임 보험연수원장은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던 3선 국회의원으로 경제 정책을 다룬 경험은 있으나 보험 관련 전문성은 문외한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교육 전문기관인 보험연수원의 수장 자리를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차지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음은 물론 취업 심사도 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전문성도 잃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 관피아보다 무서운 정피아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이날 이사회와 총회를 연달아 개최해 정희수 전 국회의원을 제 17대 보험연수원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보험연수원장은 다음 달 3일 취임하며 임기는 3년이다.

보험연수원 측은 “정희수 신임 원장은 다년간의 경제·금융 관련 의정활동과 민간연구소, 대학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다”며 “보험산업의 발전과 보험연수원이 산업연수기관으로서 경쟁력과 위상을 강화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으나 업계의 분위기는 달랐다.

정 신임 연수원장은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던 당시 기획재정부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금융 의정활동을 했다고 하지만 과거 원장들과 비교해 보험업과의 연관성이 월등히 떨어진다.

국내 유일의 보험교육 전문기관의 수장 자리에 실무와 동떨어진 국회의원이 내려옴에 따라 정 신임연수원장은 부임 직후부터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신임 연수원장은 대선 이전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단 부단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연수원장 선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혹이 보험업계에서 잦아들지 않는 원인이다.

이사회와 총회를 연속으로 개최해 일사천리로 신임 연수원장을 선임한 보험연수원의 행보 역시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전문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논란이 불거질 정 연수원장 선임을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대·내외의 비판을 최대한 빨리 피하고자 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관기관 논란을 피하면서도 보험업무에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많은 금융위원회가 이번 보험연수원장을 배출할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으나 결과는 달랐다”며 “보험업계 입장에선 관피아 대신 정피아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고 말했다.

◇ "공정성도 전문성도 잃었다"
정 신임 보험연수원장은 지난 6월말 퇴임한 최진영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연수원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반년 가까이 지속되던 연수원장 선임이 이뤄지면서 김기성 부원장의 원장 감독 대행 체제 역시 끝났으나 보험업계의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정 신임 연수원장의 취임이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관피아 방지법’의 허점이 노골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출신들의 재취업을 막은 공직자윤리법으로 전문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인사들이 낙마한 가운데 정치권이 이를 가로챘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보험연수원은 1965년 설립된 이후 주로 금융감독원 보험부서 출신 퇴직 임원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보험연수원은 201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 이후에도 재취업 기준에 맞춰 금감원 회계전문 심의위원이던 최진영 전 원장을 선출한 바 있다.

최 원장 역시 금감원에서 회계서비스국 및 회계감독국 국장, 대구지원장, 회계담당 부원장보 등 보험 이외의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보험연수원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정 연수원장은 보험연수원장 선임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조차 받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연수원장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심사 대상이었으나 심사 과정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은 현재 원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화보협회 등 타 유관기관과 달리 회장추천위원회가 없다”며 “이사회 발표 직전까지 제대로 된 하마평조차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진영 전 원장의 경우에도 보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최소한 금융당국에서 재직하며 실무를 처리했던 경험이 있었다”며 “업권별 특성을 무시하고 연수원장직이 전리품처럼 분배된다면 교육기관으로써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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