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기준 지나치게 가혹…보험 사각지대 해소 한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전환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보험 보장 사각지대 해소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5년간 단체 실손보험으로 1년에 40만원 이상 보험금을 수령 받았을 경우 개인 실손보험으로 전환이 불가능한데다 질병 이력이 있는 소비자는 가입이 거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의도와 같이 퇴직자가 단체 실손보험과 유사한 수준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협소한 전환 기준을 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전환 가능 퇴직자 극소수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내달 시행을 앞둔 ‘실손보험 전환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실손보험 전환제도는 직장에서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퇴직 또는 상품 전환을 원할 경우 개인 실손보험 상품으로 계약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직장에서 단체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개인 실손보험 가입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실손보험이 기본적으로 비례보상이기에 단체 실손보험과 개인 실손보험을 동시에 유지할 경우 장단점이 뚜렷했다.

두 상품을 동시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동일한 보장을 위해 보험금을 이중 지출하는 대신 자기부담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퇴직 등으로 단체보험을 유지하지 못할 때를 대비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내달부터 중복가입에 따른 보험료 이중 부담 없이 소비자가 해당 보험사에 신청하면 상품을 변경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손보험 전환제도는 시작 이전부터 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받고 있다. 실손보험 상품 갈아타기의 주요 대상이 고령 퇴직자임에도 이들의 취약점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는 ▲5년간 단체 실손 보험금을 200만원 이하 수령 ▲5년간 10대 중대질병 발병 이력이 없는 경우가 이번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금 수령 기준은 사실상 1년에 40만원 이상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는다면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달 4만원도 채 못되는 보험금만 수령해야 전환이 가능한 셈이다.

제도 혜택에서 소외된 10대 중대 질환 환자 또한 퇴직자의 대다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효용성을 저하하고 이유다.

해당 퇴직자들은 새로운 제도 도입과 관련 없이 결국 일반 상품 대비 보험료가 높은 유병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방안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 은퇴자 ‘메디푸어’ 심화…개선 시급
보험업계에선 은퇴자의 실손 보장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령층의 노후 의료비 부담을 해결하고 취약계층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전환에 필요한 요구 기준이 현재 대비 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실손보험의 종류는 ▲개인 실손보험 ▲직장에서 단체로 가입하는 단체 실손보험 ▲노후 실손보험 ▲유병자 실손보험으로 이뤄져 있다.

퇴직자들이 수 십년간 유지했던 단체 실손보험으로 의료비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게 된 만큼 무심사 전환의 기준을 완화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산 활동이 없는 은퇴자 등 취약계층의 권익 향상이 목표라는 점에서 이번 제도의 전환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사실상 대다수 소비자는 전환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이 지나치게 엄격한 전환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윤석헌 금감원장 또한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였던 만큼 내달 도입될 제도의 세부 기준이 완화되어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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