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명시된 질병코드 발급 불구 중증·경증 따라 보험금 지급 달라져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가 판매한 뇌혈관질환 보장 상품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기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뇌졸중 등을 보장하는 특약 약관에선 해당 질병 확진을 받으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이 자문의를 통해 중증·경증 여부를 추가 판단해 심사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가 불분명한 약관으로 즉시연금·암보험입원보험금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뇌혈관질환 상품 또한 향후 대규모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뇌혈관질환 약관도 구멍 ‘숭숭’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뇌졸중·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불투명한 지급기준으로 향후 소비자와 보험사의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약관상 보험금 지급기준을 충족한 계약자가 사전에 파악할 수 없는 ‘자문의사 소견’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뇌졸중 보험으로 알려진 뇌혈관질환 특약은 정해진 기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뇌졸중·뇌혈관 확진을 받으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의료법이 정한 병원과 보험사가 인정한 의료기관의 전문의가 ▲뇌 전산화 단층촬영 ▲MRI 등을 기초로 뇌혈관질환을 확진 받은 소비자는 보험금을 수령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계약자들이 해당 질병코드를 받았음에도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과 경증을 따지는 보험사의 인수 기준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확진 코드를 제출한 계약자에 대해서도 자문의를 통해 뇌혈관의 협착 정도를 따지고 있다. 중증과 경증에 따라 동일한 질병임에도 뇌혈관질환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계약자가 약관을 통해 중증과 경증을 따지는 이 같은 심사 기준을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약관에서 명시된 기준은 어디까지나 ‘확진’ 여부이기 때문이다.

뇌혈관질환 상품이 약관으로 정해진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규모 소송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한 이유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법 제2민사부 지난 7월 A손해보험사가 뇌졸중 진단비 청구자 B씨를 상대로 낸 뇌졸중 진단비 지급 거부 항소심을 최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약관상 정해진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자문의사 소견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험사는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계약자에게 전달하라”고 판결했다.

◇ 연달아 터지는 ‘약관의 함정’ 속수무책
불분명한 약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보험업계는 뇌혈관질환 보험금 지급 문제까지 불거지면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이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살보험금과 즉시연금, 암보험입원보험금 분쟁 등 대규모 분쟁에 시달려왔다.

상품의 종류와 성격은 다르나 약관 문구의 이중해석, 누락 등 불분명한 약관이 초래한 문제점이라는 점에서는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

상품 개발 당시의 사회 상황과 비교해 의료기술 등이 크게 발전하고 시장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방치되던 약관이 보험사에게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뇌졸중,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은 약관으로 정해진 질병 코드가 나와도 보험금 수령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악명이 높았다”며 “약관 개선을 통해 분쟁 발생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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