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근거 없는 ‘일괄구제’ 핵심…삼성‧한화생명 잡음 불가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잇달아 거부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 까지 금감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생명보험업계의 즉시연금 미지급 갈등은 장기간의 법적 다툼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보호를 앞세운 금감원과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는 생보사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일괄 지급을 강력히 요구했던 금감원의 향후 대응에 생보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화생명의 선택, 삼성생명과 같았다
10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대형생보사들이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 1위인 삼성생명에 이어 2위사인 한화생명이 최근 금감원 지급안 거부에 동참하면서 생보업계 전체가 금감원 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높아졌다.

즉시연금 사태는 보험료를 일괄 납부한 이후 다달이 연금처럼 수령 받고 만기때 보험금을 환급받는 상품에서 비롯됐다.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환급금이 예상보다 적자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금감원은 약관상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사업비를 포함해 환급금을 계산, 과소 지급된 보험금을 모든 소비자에게 일괄 지급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일괄 지급’ 요구가 생보사들의 공감을 전혀 사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별 분쟁조정 결과를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금감원의 ‘구두 권고’ 만으로는 생보사들이 이를 따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즉시연금 사태를 촉발시킨 삼성생명은 분쟁 조정 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요구처럼 미지급금을 지급하나 이를 모든 즉시연금 계약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괄지급은 물론 개별 지급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던 분쟁조정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지급여부는 법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즉시연금 사태는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와 동일하게 수년간의 지루한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이 지급 여부를 확정짓기까지 생보사와 금감원의 긴장 수위는 고조될 것으로 보이며 양 측의 갈등 역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생보사 VS 금감원 '강대강' 대치
즉시연금 미지급 금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잇달아 권고를 거부하면서 생보업계는 금감원이 마련할 후속 대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감원은 8년 만에 민원인소송지원제도를 가동하는 것으로 대형 생보사들에게 법정 다툼을 불사할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

일괄 지급을 거부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민원인 중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하면 금감원이 민원인의 편에서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소송비용은 물론 해당 보험사에 대한 검사 결과 등 보험사의 ‘내부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기 때문에 생보사들의 부담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는 이달 말 예정된 윤석헌 금감원장과 보험업계 CEO 간담회에서 생보사들의 ‘반기’에 대한 금감원의 구체적인 대응책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금감원 지급 권고 거부에 나서면서 생보업계와 금융당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보복 검사는 없다고 천명했던 금감원이 생보사들을 압박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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