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적극적 판매 행보…들어오는 돈은 크고 나가는 돈은 적어

[보험매일=방영석 기사] 보험업계가 유병자실손보험 신상품을 앞 다퉈 출시하면서 수익성은 물론 설계사의 영업력까지 개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손해율이 높을 것이라던 기존 예상과 달리 유병자실손보험 상품 구조 자체가 보험사에 매우 유리한데다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유병자 고객들의 니즈도 높기 때문이다.

◇ 유병자실손보험 팔수록 ‘이득’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최근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유병자실손보험 시장 경쟁이 손보업계를 넘어서 보험업계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은 판매 한 달 만에 4만건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은 예견됐던 일이나 보험사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판매량 확대에 나설지는 아무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정책성보험은 통상 보험사들의 수익보다는 가입자들의 권익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팔아도 수익이 없는 정책성보험은 자연스레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다 ‘깡통보험’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유병력자실손보험 시장경쟁이 민영 보험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례적으로 달아오른 원인이 역설적으로 이 ‘수익성’에 있었다.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이 기존 상품과 비교해 보장 내역은 줄었음에도 갱신주기가 짧기 때문에 보험사가 손해 볼 가능성 자체가 낮은데다, 상황에 따라선 상품구조 변경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시된 유병자실손보험은 이 같은 보험사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기존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는 많이 받고 보험금은 적게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병력자실손보험은 기존 상품과 비교해 보장 범위가 매우 좁다. 자기부담금은 30%나 되는데다 통원 회당 보장한도도 20만원으로 기존 상품 대비 10만원 적다.

처방조제 항목은 면책인데다 잦은 보험금 청구로 보험사의 고민이었던 비급여 도수‧체외파‧증식치료와 주사제‧MRI‧MRA는 아예 보장내역에서 제외된 상태다.

특히 기존 상품 대비 매우 짧은 상품구조 갱신주기는 보험사가 유병자실손보험 판매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장내역이 지나치게 넓어 손해율이 높아질 경우 이를 변경하기 까지 15년을 기다려야했던 보험사가 유병자실손보험에서는 3년만 지나면 구조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갱신형 상품뿐인 실손보험은 매년 손해율을 반영해 급격히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다. 유병자실손보험 또한 보험료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은 물론 상품구조 변경에서도 손해율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 설계사에게도 ‘효과 만점’
판매 수수료가 적은 유병자실손보험이 설계사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란 예상 역시 빗나갔다.

보험가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유병자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로 적은 보장을 받더라도 실손보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보험가입 유인이 적은 일반 고객과 비교해 모집이 쉬울 뿐 아니라 지인 소개 등으로 연계판매 기회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 역시 설계사들의 적극적인 판매를 이끌었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병자 고객은 설계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분급수수료 수령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설계사들은 잔여수수료를 수령하기 위해 일정 기준 이상 계약유지율을 달성해야한다.

착실하게 계약을 갱신‧유지하는 유병자 고객이 설계사에게 유병자실손보험 수수료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고객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과거 유병력자의 실손보험 인수 자체를 거부했던 이유는 병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며 “유병자실손보험은 보장 내역이 좁을 뿐 아니라 손해율이 높을 경우에는 상품 구조를 단기간에 변경할 수 있어 과거의 손해율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사 역시 분급수수료 수령 및 연계판매에서 유병자 고객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객이 보험계약을 유지하려는 의지도 높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팔아서 손해보지 않는 상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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