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설명 불명확하니 사업비 지급?…“돌려주라면 돌려줘야 하는 상황”

생명보험업계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으로 시끄럽다. 금융감독원이 일괄구제 방침 적용을 선언, 생보업계가 지급해야 할 돈은 1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살보험금, 유배당 보험 이자율차 논란 등 이번 사태 등 매년 반복되고 있는 대규모 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다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는 생보업계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 역시 약관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약관의 명확성을 문제 삼으며 생보업계에 미지급금의 지급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 1조원 사업비 지급 위기…승인받은 약관 이제서 문제?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을 심사한 결과 만장일치로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모두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관련 민원으로 삼성생명이 최저보증이율(연 2.5%)을 지키지 않아 약관상 주게 돼 있는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는 것이었고, 삼성생명도 조정 결과를 수용했다.

그리고 7월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가 삼성생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생보업계 전체의 문제라며 일괄구제 방침 적용을 선언했다.

일괄구제 방침이 실제로 적용될 경우 생보업계는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소비자들에게 지급해야한다.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정체는 보험금이 아닌 사업비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가입 다음 달부터 매달 이자 개념으로 연금을 나눠받게 된다.

보험사는 계약자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제한 금액을 보험료적립액으로 쌓아 약속한 공시이율 또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돈을 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금감원은 사업비 공제 등 보험료 산출 방식을 약관에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고 나아가 일괄구제 방침 적용을 선언한 것이다.

금감원은 사업비 공제에 관한 내용이 약관에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는 논리로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사업비 공제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문제가 된 생보사들은 약관에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금감원 책임소재 명백…“돌려주라면 돌려줘야”
보험사는 계약자 입장에서 약관에 기재한 보험금 산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약관과 산출방법서 등은 과거 금감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심사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정상적인 약관이 문제 약관으로 돌변하게 된 상황이다.

생보업계에선 이번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지만, 금감원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일부 중소형 생보사들은 미지급금 지급을 결정했고, 미지급금 규모가 큰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이 배임 등에 대한 우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통해서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한화생명은 다음 달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려 금감원에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선 관련 생보사들이 결국 미지급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와 한층 더 강화된 소비자 보호 기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업비를 계약자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은 보험 원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과거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약관을 문제시하면서까지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에 있어 금감원 역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금감원은 보험산업 신뢰도 하락의 책임을 보험사에게만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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