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청구건 대비 소송 제기비율↑…대형사 대비 높은 패소율로 이중 부담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중소형 손해보험사가 대형사와 비교해 높은 소송 제기비율과 패소율을 기록하며 이중고에 빠졌다.

중소형 손보사가 대형사 대비 보유계약 건수가 적음에도 불구,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법정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다 재판에서의 승소율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등에서 일괄구제 방침을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소비자보호 행보를 보이면서 자연스레 중소형 손보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중소형 손보사 소송제기 상위권 독식 ‘불명예’
1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작년 중소형 손보사들이 보유계약이 많은 대형사를 제치고 업계에서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말 기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가장 높은 확률로 법정 분쟁이 벌어졌던 손보사는 악사손보였다.

악사손보는 보험금청구 1만건당 5.31%의 비율로 본안소송이 발생, 압도적인 수치로 손보업계 최고 소송제기 비율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케이손보가 보험금청구 1만건당 3.32%의 소송 제기비율로 악사손보의 뒤를 이었다. 롯데손보와 한화손보, MG손보 역시 각각 2.86%와 2.58%, 2.28%의 비율로 소송을 남발한 손보사로 지목됐다.

반면 대형사들은 중소형사 대비 2배 이상 낮은 1%대의 비율을 기록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보유 계약이 가장 많은 삼성화재의 소송 제기비율은 0.98%에 불과했으며, 현대해상과 DB손보, KB손보 역시 소송제기 비율이 1.25%와 1.2%, 1.61%에 머물렀다.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유독 중소형사가 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높았던 원인은 대형사와의 시장경쟁에서 ‘우량고객’을 빼앗긴 결과로 분석된다.

손해율이 우수한 ‘우량고객’ 대다수가 대형사 상품에 가입하면서 중소형사는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험금지급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자연스레 소송제기 비율을 높였으며 보유계약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형사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소비자와의 소송은 오히려 중소형사보다 적었던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 그럼에도 높은 패소율…소비자 비판 목소리 커진다
중소형 손보사들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았음에도 정작 법정에서 소비자에게 패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크다.

소송 제기비율 상위 5개 중소사들은 재판에서 전부 패소한 비율이 10.4%에 달했던 반면, 대형 4사의 전부 패소 비율은 6.58%에 불과했다.

때문에 중소형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재판에서 유리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 압박 수단으로 소송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소비자 보호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역행한다는 점에서 중소형 손보사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와 소비자의 보험금 지급 분쟁을 처리하면서 일괄구제 방안을 적용하는 등 보험업계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손해율을 관리해야하는 중소사는 금감원의 기조에 맞춰 심사기준을 완화할 수도 소송을 줄일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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