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내부거래 심한 금융그룹에 지분청산 권고 규정

[보험매일=손성은 기자]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이 공개됐다.

금융위 위험 관리 실태가 취약한 금융그룹에 위험관리 개선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금융계열사를 그룹의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금융위는 이번 모범규준에서 위험 관리실태가 취약한 금융그룹에 위험관리 개선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험 관리실태나 자본 적정성 등이 적정 수준을 미달하면 1단계 조치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경영개선계획에는 ▲자본 확충, 위험자산의 축소 ▲내부거래 축소, 위험집중 분산 ▲그룹 위험관리체계 개선 ▲비금융계열사와 출자·자금거래 중단·해소 등 내용이 담겨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이행되지 않아 해당 그룹의 위험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위는 2단계 조치로 동종금융그룹으로 전환을 권고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업종의 계열사와 맺고 있는 상호·순환·교차 출자 등을 청산하라는 의미다.

일례로 삼성그룹이라면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위는 2단계 조치 중 하나로 '금융그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KEB하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범규준은 금융그룹 지정 때 그룹 내 최상위 금융회사를 대표회사로 설정하고 그룹 위험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자본의 중복이용이나 그룹 간 교차출자, 차입을 통한 자본 확충 등 자본적정성과 대주주 익스포저와 내부거래 의존도 등 위험집중도, 비금융부문으로부터 전이 위험 등 실태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자본 확충이나 위험자산 축소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그룹은 금융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규제 최소기준의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당국은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산정할 때 금융계열사 간 출자(순환출자 포함)분을 적격자본에서 빼고, 모회사 차입금을 활용한 계열사 자본 확충 등은 필요자본에 차감 반영한다.

금융위·금감원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감독 협의체를 구성해 금융그룹 감독에 나선다.

이번 모범규준은 지난 1월 발표한 금융그룹 감독방안의 후속조치로 4~6월 중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7월부터 시범 적용된다.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도 만들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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