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수수료 1/3 불과하지만…설계사 모집 과정의 고수익 ‘착시효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사가 설계사 모집 과정에서 고수익을 강조한 결과 실제와 달리 설계사들의 수수료가 지나치다는 소비자의 오해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납입 보험료의 2000%를 챙긴다는 설계사 판매수수료는 실제로는 펀드 판매수수료의 9분의 1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보험 보장기간 대비 수수료 지급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보험업계가 수수료 대다수를 초기에 지급받는 설계사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수료율을 제시하면서 설계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고수수료 오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보험설계사 수수료율 2,000%…펀드 판매수수료 9분의 1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해 설계사의 고수익을 부각시켜 왔지만 실제로는 판매수수료 수준이 타 금융 상품과 비교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계약 모집의 대가로 판매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모집수수료와 유지수수료로 이뤄진 판매 수수료는 평균 17월차까지 지급되며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의 2,000%수준이 지급된다.

월 납입보험료 100만원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는 이후 17월차까지 최대 2,000만원의 판매 수수료를 나눠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설계사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고소득을 위한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분석한 결과 이처럼 과다하게 보이는 설계사 판매수수료 2,000%는 사실 보험료 납입 기간과 보장 기간이 다른 ‘평준식보험료’ 사용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보장이 이뤄짐에도 보험료 납입은 20년에 끝나는 국내 보험 상품의 특성으로 소비자가 납입하는 월 보험료는 평균적으로 높아진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보험료에서 설계사들은 불과 17개월 동안 판매수수료 전액을 받아가기 때문에 설계사 월 판매수수료율이 2,000%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실제로 설계사와 유사하게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는 펀드운용사와 수수료율 비교한 결과 설계사의 수수료율은 펀드운용사의 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펀드운용사는 판매수수료의 명목으로 펀드납입 금액이 입금될 때마다 약 0.7%의 선취수수료를 이후 월 적립금액과 수익률을 연동한 뒤 약 0.8% 후취수수료를 걷고 있다.

선취수수료는 납입이 끝나면 추가로 걷지 않지만 후취수수료는 펀드운용 전 기간에 걸쳐 복리로 수수료가 늘어나게 된다.

◇ 리쿠르팅 수단 활용…바가지 수수료 논란은 오해
40세 남자기준 월 납입 금액 100만원, 100세 만기, 평균 수익률 5% 상품에 펀드와 보험에 각각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이 같은 착시효과는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펀드 운용사가 만기인 100년 뒤 수취하는 판x매수수료는 선취수수료 168만원과 후취수수료 1억 8,292만원으로 월 납입 금액의 1만8,760%에 달했다.

이는 평균 2,000%로 알려진 설계사 판매수수료의 9배에 달하는 수치로 수수료 과다지급 논란이 끊이지 않던 보험설계사의 수수료 수준은 사실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반대로 보험 설계사 판매수수료를 펀드사와 동일하게 보험 만기까지인 100년간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설계사는 월 평균 3,000원, 월 납입 보험료의 0.3%만을 수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과다 지급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설계사 판매 수수료는 선취‧후취수수료로 월 평균 펀드 납입금액의 1.5%를 판매 수수료로 떼어가는 펀드운용사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납입 기간이 끝나도 보장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만기까지 실제로 지급되는 월 수수료율은 전체 납입보험료의 0.3% 수준이다”며 “영업직인 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해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수수료가 많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한 결과 설계사들이 소비자의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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