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15차 약관 이해도평가 작업 한창…7차 평가 당시 무더기 ‘미흡’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개발원이 3월 발표를 목표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15차 보험약관 이해도평가에서 보험상품의 이해도가 개선됐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평가 대상 상품인 변액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약관은 지난 7차 평가 당시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저조한 점수를 기록하며 무더기 ‘미흡’ 등급을 받았다.

보험업계에서는 등급과 점수만을 발표하는 현행 보험약관이해도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미흡한 보험사에 대한 제재 기준을 신설해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해독불가 보험약관…암호문 오명 벗어날까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오는 3월 발표를 목표로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15차 보험약관 이해도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약관 이해도평가 제도는 난해한 보험사 약관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의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이번 평가 대상 상품은 생명보험사에서는 변액보험이 손해보험사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선정됐다. 보험개발원은 2월 중 평가 결과를 취합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투자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변동되는 변액보험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특성상 15차 평가 결과는 난해한 약관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변액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약관이 지난 7차 평가 당시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저조한 점수를 기록하며 ‘미흡’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생보업계는 총 22개사의 약관이 평가됐지만 전문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5.16점을, 일반인 평가에서도 10점 만점에 7.1점을 기록하면서 최종 ‘미흡’ 등급 판정을 받았다.

22사 변액보험 약관 중 ‘우수’ 등급을 받은 상품은 한 개도 없었다. ‘보통’ 등급을 받은 보험사도 3개에 불과했던 반면 ‘미흡’ 등급을 받은 상품은 19개에 달했다.

12개 손보사의 약관이 평가 받았던 자동차보험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당시 자동차보험은 전문가와 일반인 평가에서 각각 53.7점과 7.2점만을 획득하면서 마찬가지로 ‘미흡’ 등급을 받았다.

자동차보험 약관이 ‘우수’ 등급 판정을 받은 보험사는 생보업계와 마찬가지로 없었다. 9개사 상품이 ‘미흡’ 등급을 받았고 ‘보통’ 등급을 획득한 상품도 3개에 머물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약관이해도평가 대상인 변액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용어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약관을 만들기 어려운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지난 7차 평가와 달리 ‘미흡’ 등급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 민원 온상 보험약관…교육 의무화 등 개선 시급
보험 약관 해석의 차이로 보험금지급 과정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쉬운 약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보험금 지급 및 부지급 사유를 명시한 약관을 소비자가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쉬운 약관 만들기를 위해 마련된 보험약관 이해도평가 제도 또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소비자 및 학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점수와 등급 위주의 평가 결과만을 공시하는 현행 약관 이해도평가 제도는 보험사의 실질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김석영 연구위원과 김세중 연구위원은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결과와 의미’ 보고서를 통해 “약관 이해도 개선의 중요성을 내부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보호의 첫 관문인 보험약관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분쟁과 민원을 근절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가독성테스트’와 ‘평가표’를 자체 평가 규정으로 강제한 미국과 일본처럼 금융당국이 자체 평가 시스템 규정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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