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대변 필수불가결 요소지만…은밀한 거래 관계 비판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보험협회는 보험업계 이익 대변 단체입니다”, “보험협회장직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가 아닙니다”

지난 24일 생명보험협회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추천위원회 1차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관피아 논란 속에서 손보협회가 신임 협회장으로 거물급 인사인 김용덕 회장을 낙점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관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과 관련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됐고, 보험협회 회장직에 민간 보험사 CEO 출신들이 들어섰다.

민 출신 회장들의 임기가 끝나고 보험협회가 신임 회장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후보자로 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자 ‘올드보이의 귀환’, ‘관치금융 부활’ 등 부정적 여론이 퍼져나갔다.

장관급 인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한 손보협회는 여론의 집중포화에도 불구, 김용덕 회장을 모셔왔다.

신임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한 생보협회는 현재 민 또는 관 출신에 모두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입장이다.

민관에 모두 문을 열어놓겠다는 생보협회와 업계지만 이 같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관계자들은 없다.

생보협회 뿐만 아니라 이미 신임 회장을 선출한 손보협회 등 보험업계는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점으로 회귀한 듯 하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보험업계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협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로비 기능이라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정부 주요 부처를 두루 거치며 쌓아온 인맥과 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거물급 인사 영입이 보험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 또한 재론의 여지가 없다.

보험협회는 철저히 보험업계의 이익 대변 목적으로 보험사들이 분담금을 갹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직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는 업계 관계자의 일성 또한 이 같은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일 것이다.

보험협회의 설립 목적과 기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회장의 전문성이 필요 없다는 노골적인 발언 또한 이해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로비 기능의 근간에 우리사회가 터부시하는 요소가 가득하다는 점은 입맛을 쓰게 만든다.

학연, 지연과 정부부처 수장을 거치며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을 영입해 업계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보험협회장직은 이미 관과 업계의 거래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퇴직 인사들의 재취업 자리를 마련해 주는 대신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힘 좀 써달라는 요구다.

금융당국 관계자이 과거 소위 끗발 날리던 선배들이 재취업한 이후에도 깍듯이 모시는 것 또한 약발이 먹힌다는 증거일 것이다.

관 또한 이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이 퇴직자 ‘격’에 맞는 재취업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왔다는 것 또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과거 생명‧손해보험협회 전무직 신설 이슈가 한창일 당시 세월호 사태로 재취업이 미뤄진 금융당국 출신 퇴직자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다시 한 번 양 보험협회와 금융협회 회장 인선 이슈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관 출신이 협회로 내려오는 것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말하던 업계 관계자의 말이 귓가에 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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