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험 담합 증거불충분…전원회의 ‘재조사’ 결정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손해보험업계의 항공보험 담합 조사가 증거불충분으로 재조사 결정이 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판정승을 거뒀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전원회의에서 손보사들의 관용 헬기 보험료율 담합 여부를 심의한 결과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로 담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 추가 증거 자료가 나올시 이를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손보업계는 이번 전원회의의 판단으로 항공보험은 물론 재보험 물건 대다수에서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담합 의혹에서 벗어나는데 일시적으로 성공,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 공정위 2연속 항공보험 혐의 입증 실패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전원회의에서 손보사들과 항공보험 담합 여부를 놓고 격론을 펼쳤으나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 11개 손보사가 관용 헬기보험에 입찰하면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요율을 동일하게 사용한 것을 손보업계의 담합으로 판단해 관련 조사를 벌였다.

특히 공정위는 1999년 이래 이뤄진 항공보험 물건의 모든 보험요율이 코리안리가 제공한 사실을 부각하며 손보사와 재보험사가 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는 시작부터 손보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공정위가 복수의 재보험사가 요율을 제공하지 않는 재보험 시장 특성을 설명한 손보사의 해명에도 담합 조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차례 무혐의로 결론 난 항공보험 담합 의혹을 16년 만에 다시 꺼내들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어기고 무리하게 조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1년 코리안리와 손보사들이 관용 헬기 보험요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벌였는지 여부에 대해 수개월간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로 결론지은 바 있다.

이에 전원회의 위원들 또한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담합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 손보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담합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재조사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사실상 무혐의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원회의 위원들이 과거 판단에서 공정위 사무처측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결론을 내렸던 경우가 많았던 사실을 감안할 때 재조사 결정은 이례적이다.

◇ 재보험 시장 ‘담합 태풍’ 피했다
손보업계는 항공보험 담합 의혹에서 공정위 대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면서 자칫 재보험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상당부분 떨쳐냈다.

공정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항공보험 담합이 인정될 경우 대다수 손보사들은 재보험 사업 자체를 영위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개별 손보사의 판단요율 산출 능력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코리안리의 협의요율을 사용한 것이 담합으로 판단된다면, 대다수 재보험 물건 또한 담합이라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항공보험 담합 논란은 과거에 공정위 조사 결과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다”며 “공정위가 동일한 사안에 재차 담합 의혹을 제기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국내 손보사 중 협의요율을 사용하지 않고 판단요율을 사용해 재보험 물건을 인수할 역량을 갖춘 회사는 극소수”라며 “해외 재보험사가 작은 시장규모로 요율 산출을 꺼리는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손보사들은 코리안리의 요율 사용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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