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유치, 악질 설계사 먹잇감…단기 성장 주의가 나은 폐해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저금리 기조, 시장 포화,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보험업계가 최근 수익성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자사 상품 라인업 변경은 물론 판매채널 역시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그 결과 그간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던 방카슈랑스채널은 조금씩 과거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사업비가 저렴한 CM(사이버마케팅)채널, 지난 몇 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며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 GA 등 새로운 판매채널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채널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쉽사리 놓지 못하는 것이 보험사 전속설계사 조직인 ‘전통 채널’이다.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의 근간이자 상품 연계 판매 및 적극적인 고객 접촉으로 계약유지율 향상 기여 등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보험사를 제외한 대다수 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조직의 영업력 강화 및 외형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억대 연봉’의 실적을 올리는 ‘고능률 설계사’의 육성 또는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실제로 전속설계사 채널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고능률 설계사’ 모시기에 힘쓰고 있는 보험사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모 생보사의 경우 최소 기준을 연봉 1억원으로 잡고 타사 또는 GA소속 설계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스카우트 비용을 제시하는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하는 모집 공고를 뿌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능률 설계사 모시기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 설계사라고 모셔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보험업법상 불법모집행위로 규정되는 영업을 통해 달성한 실적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먹튀 설계사’ 또한 적지 않다. 정착 초기 각종 시책 및 스카우트 당시 약속한 지원금을 모조리 챙긴 뒤 불량계약만 남겨놓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험사들이 고능률 설계사 유치에 목이 메말라 있다는 점을 악용해 애초부터 작정하고 ‘먹튀’를 하기 위해 나서는 무늬만 고능률 설계사인 악질 설계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악질 설계사들의 경우 대부분 팀 단위로 움직이며 보험사의 골수까지 빨아먹은 후 바람같이 잠적해버린다.

대형사와 비교해 전속 조직 규모가 작은 중소사들이 억대 연봉 설계사 모시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역시 고능률 설계사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쉽사리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자사 전속 조직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교육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나 고실적 설계사로 거듭나는 경우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고능률 설계사 모시기에 집착하는 원인으로 ‘단기 성장’ 위주의 경영 방식을 지목하고 있다.

보험사 대부분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보험사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자신의 임기 또는 치적을 위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산업이 ‘롱텀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 안목에 따른 지속적 성장을 외치고 있는 보험업계지만, 막상 영업 현장에선 단기 성장에 매몰된 모습만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IFRS17 도입 등으로 인해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할 보험업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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