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너나 할 것 없는 車보험료 인하…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져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잇따른 보험료 인하 결정을 바라보는 손보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KB손보는 26일 대형 손보사 중 마지막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말 업계 1위 삼성화재가 기습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한 이후 동부화재와 현대해상도 보험료 인하에 나섰다. 심지어 삼성화재는 올해 한차례 더 보험료를 인하했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 두 중형사 또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KB손보의 보험료 인하는 예견된 바다.

그간 손해율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암묵적 규제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 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하던 손보사들의 ‘일사분란’한 보험료 인하는 보는 이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과 각종 제도 개선으로 손해율이 개선돼 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게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험료 인하 사유를 곧이 곡대로 받아들이는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전무하다.

이번 대형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하는 문재인정부의 서민경제 부담 경감 정책 기조 등 외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 시장점유율 유지 또는 확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작용해 나타난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등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특정 보험상품에 대한 정부의 개입, 손보업계의 보험료 인상과 호실적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담감을 느낀 손보사들의 생존본능의 발현이다.

대외적 압박에 따른 보험료 인하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졌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상황을 피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전부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타사 대비 높은 보험료로는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의 보험료 인상과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최근에야 적정손해율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한 이들 손보사들은 복잡한 심경으로 보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손보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들의 비난을 당장은 면피하게 됐지만 결국은 스스로 고객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모양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에 암묵적 규제로 인한 손해율 악화에도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 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해 온 곳이 손보업계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이후 손해율이 개선되는 와중에 불거진 비판 여론에 보험산업의 특수성을 설명하며 보험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해 온 손보업계다.

규제완화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보험료 인상이 가능해졌으나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손해율을 바탕으로 보험료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는 손보업계의 항변은 무색해졌다.

최근 손보업계의 호실적과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기 무섭게 보험료 인하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가뜩이나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산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눈치 보기와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 따른 보험료 인하는 향후 손해율 악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명분을 상실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간 시장자율성을 강조하며 보험료 책정 역시 보험사 상황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손보업계지만 이미 외부에선 잇속 챙기기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 온 손보업계가 새 정부의 철퇴를 맞았다는 인식과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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