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험료 인하 눈 가리고 아웅”…설계사 “영업 현장에선 외면”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보험업계에서 금융당국 주도로 오는 4월 선보일 新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개선의 핵심 사안인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상품 구조와 판매 관행에만 손을 댄 탓에 소비자들의 이익이 축소되고 설계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란 비판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과거 금융당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이 판매 초기 당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 반쪽짜리 보험료 인하 비판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비정상화의 정상화 방안으로 오는 4월부터 판매될 新실손보험이 소비자들과 설계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대대적 개선을 선언했던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규정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 기존 단일 보장 상품구조를 ‘기본형 + 3개 특약’ 구조로 개편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현상으로 신음하던 보험사는 보장 범위의 축소‧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상품 개정으로 인해, 일정부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소비자와 설계사 입장에서 실손보험 상품의 가입‧판매 매력이 반토막 났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 구조와 끼워 팔기 관행 개선으로 금융당국의 설명대로 보험료가 인하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는데 그친 이번 조치가, 사실상 보장범위 축소라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의료계 등의 반발로 비급여 진료비 표준화와 별도 심사기관 선정 등 실손보험 제도 개선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손보험료 인상과 손해율 악화 문제를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의 의료비 지출 규모 확대로 해결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가입자를 상대로 영업을 전개하는 설계사 입장에선 타 상품군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고 판매 수수료 역시 낮은 실손보험이 개선안으로 인해, 수익성이 더 떨어지게 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생보사 전속 설계사는 “이전에도 실손보험 상품의 경우 낮은 모집 수수료로 설계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면서 “그야말로 교통비도 안 돼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상품 개정은 설계사와 소비자 양측 입장에선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 단독형 실손보험 초기 판매 부진 면치 못 할 듯
보험업계는 지난 2013년 금융당국 주도로 판매를 시작한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의 초기 판매 실적을 예로 들며, 新실손보험 역시 판매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도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끼워 팔기 문제를 개선키 위해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업계에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당시 보험업계는 1~2만원 대 단독 실손보험을 출시,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판매를 실시했으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삼성화재 등 10개 손해보험사의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 한 달 판매 실적은 2,468건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손보업계에서 신상품을 출시할 경우 한 달 판매 시적이 10만~20만건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극도로 부진한 실적이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이번 실손보험 상품 개정은 지난 2013년 당시와 아주 유사한 상황이다”라며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점진적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문제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이전 형태의 실손보험이 훨씬 유리한 상품인 것은 명백하고 실제로 최근 영업 현장에서 이를 강조한 절판 마케팅이 행해지고 있다”면서 “초기 판매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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