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업무 제휴 단체 1곳 불과…객관성 확보 어려워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생명보험협회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자문의사 제도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의학회와의 추가 업무제휴(MOU)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 자문의사 부족에 따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문의 선정을 둘러싼 분쟁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소비자단체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자문의(醫) 풀(Pool)' 제도는 협회가 의료관련단체와 협약을 체결해 자문의사들의 집단을(Pool) 구성한 뒤, 의료와 관련된 보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생보사의 문의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 분쟁해결에 도움을 주는 제도다.

◇'자문의 풀' 제도 효과 불투명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는 지난 2015년 자문의사 제도인 ‘자문의(醫) 풀(Pool)'을 도입했으나 협약 체결 기관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족한 1곳에(대한직업환경의학회) 불과했다.

협회는 이후 타 의학회들과 추가적으로 업무협약을 추진하려 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자문 비용과 업무 범위 등 의견 조율에 한차례 난항을 겪은 이후 별도의 업무협약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생보협회가 당초 계획했던 전문의학회들과 연이어 협상에 실패하면서 소속 자문의사 숫자도 자연스럽게 감소, 자문의사 제도 도입의 실효성 또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자문의 풀에 소속된 의사가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소속 전문의에 한정된 상황에서, 생보사와 소비자가 실제로 자문 가능한 전문 의료 분야 및 인력은 실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1986년 설치해 운용하고 있는 ‘의료심사자문위’는 정형회과와 신경외과 등 23개 과목에 1명의 상근 위원장과 79명의 전문의가 비상근 전문위원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자문의 풀’에는 직업환경 전문의로 이뤄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 곳만 소속돼 있다.

손보협회는 의료심사자문위를 손보사와 소비자 사이에 발생했던 분쟁을 매년 2,200여건 심사하는 등 객관적인 자문 기관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협회의 자문의 풀 제도 도입 목표는 협회가 구성한 자문의사 집단에서 무작위로 자문의사를 선정해 자문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 이었다”며 “의학회 한 곳으로 구성된 자문의사 집단만으로는 보험사와 소비자를 만족할 객관성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치된 자문의사 제도…피해는 소비자에게
자문의사 제도의 도입이 자문의사 선정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했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생보협회는 소비자 단체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와 계약자는 기왕증 등 질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자문의사를 선정해 의학적 판단을 맡겨왔으나, 보험사가 자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의사로 자문을 의뢰한 뒤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는 소비단체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바 있다.

생보협회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자문의 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3년 자문의사 제도 도입을 기획했던 금융위원회와 이를 감독하는 금감원이 업계 자율적으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 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다, 실제로 제도를 도입하는 생보협회와 의학회 역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긴 채 후속 협상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정당한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제출하고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음에도 보험사가 선정한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최근에도 발생했다”며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 적절한 분쟁해결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의료자문 절차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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