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 313억 유로어치 유로존 자산 매각

[보험매일=위아람]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도입된 지 17년 만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최악의 자금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지고 있다.

유로존 금융시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5천288억 유로, 한화로 약 660조원 상당의 자금이 빠져나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자금 이탈이 감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에 유로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 4천975억 유로 규모의 금융자산을 사들였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313억 유로어치의 유로존 자산을 팔았다.

이를 환산하면 총 5천288억 유로 상당의 자금이 유로존에서 이탈한 셈이다.

이처럼 유로존에서 자금이 대거 흘러나가게 된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가 내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시사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0.27%인 시점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566%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과 독일의 국채 금리가 이처럼 차이가 난 것은 약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더 높은 미국 자산 등으로 옮겨가기 위해 유로화를 팔고 빠져나가면서 유로화 가치는 끝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 달러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경제 성장 기대 속에 초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오후 9시 40분 유로당 1.0352달러를 기록하며, 2003년 1월 3일 이래 약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1유로의 가치가 1달러와 같아지는 '패리티'(등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TD 증권의 네드 럼펠틴 외환 전략 유럽팀장은 "달러는 야단법석을 떨고 있고 유로화가 이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 유로화와 달러의 가치가 패리티를 이루거나 유로화가 달러보다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도 내년 말에 패리티가 일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도이체방크는 내년에 유로화 환율이 적어도 유로당 0.95달러까지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