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쌀, 밀, 옥수수 수입량 부당 제한 국제 협약 위반 이유

[보험매일=위아람 기자] 미국이 15일(현지시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또 제소했다.

이번에는 중국이 미국산 쌀과 밀, 옥수수 수입량을 부당하게 제한해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자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지난 12일 WTO에 제소한 데 이어 지난 14일 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에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미국이 즉각 반격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8년간 외국을 WTO에 제소한 20여건 가운데 중국이 대상인 것은 이번까지 15차례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양국의 무역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옥수수와 쌀, 밀의 수입 쿼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저율관세할당(TRQ·tarriff-rate quotas)으로 알려진 복잡한 수입 장벽을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운영해 미국 곡물업자들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TRQ는 최소시장접근 등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쿼터로 정한 수량까지 낮은 관세율을,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선 더 높은 관세율을 각각 적용하는 제도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의 TRQ 정책은 WTO 규정에 어긋나며 고품질의 곡물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수출하려는 미국 농업계의 기회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밀, 쌀, 옥수수는 3억8천100만 달러로 2013년의 23억 달러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이 돼지 사료로 이용하는 콩 수출액은 지난해 105억 달러였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부당한 무역 장벽에 따른 농업 수출 피해액이 최대 35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의 무역 관행에 날을 세워온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에 취임하면 추가 압박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전화를 받고 미국이 오래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해 중국을 격앙시키기도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튜 굿맨은 "취임식 전에 이미 이런 혼란에 빠지는 것은 이례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우리 모두 트럼프가 취임하면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바라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일본 자본의 투자로 미국에서 일었던 공포를 연상케 하는 중국 기업의 투자 급증도 양국 관계의 불안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그는 지적했다. 올해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액은 3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기업들 역시 중국의 사업 환경이 점점 적대적으로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굿맨은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갈등은 안보동맹으로 상쇄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이와 달리 미국의 안보 라이벌이라면서 "기업이 주로 중심을 잡아줬는데 이를 잃으면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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