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실패로 영업 고전 중… 설상가상 회계기준 변경 부담까지

[보험매일=위아람 기자] 국내에 해외 선진 보험 기법을 선보였던 유럽계 생보사들이 하나둘 한국 보험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13년 ING그룹, 올해 6월 알리안츠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에 이어 최근 푸르덴셜그룹까지 손을 털었다.

유럽계 보험사들의 철수는 한국 보험시장 현지화 실패에 따른 경영 악화 및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유럽 본사의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현지화 실패 고전, 한국 시장 잔류 득 보다 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장 진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유럽계 생보사들이 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네덜란드의 ING그룹, 올해 6월 독일 알리안츠그룹에 이어, 최근 영국 푸르덴셜그룹까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독일계 보험사인 알리안츠생명은 35억원의 낮은 가격에 안방보험사에 매각되어 국내 보험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유럽계 생보사는 과거 유럽의 선진보험 기법과 상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의욕적으로 영업을 전개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한국 보험 시장에서 경영난에 시달리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험업계는 유럽계 생보사의 한국 시장 철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지화 실패에 따른 경영난을 지목하고 있다.

유럽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변액보험 등 국내 보험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상품을 도입,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으나 이 같은 전략이 국내 소비자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복잡한 상품 특성을 가진 변액보험의 경우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근본적으로 국내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국내 대형 생보사와 비교해 취약했던 영업 조직 규모로 인해 판매 확대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변액보험의 인기가 대폭 줄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에 대한 부담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간 경영난 속에서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대규모 자본확충 필요는 국내 보험시장에서의 영업 의지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 회계기준 변화로 인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의 축소로 인해 생산성 악화까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럽계 보험사의 경우 선진 보험기법을 국내에 들여왔지만 현지화에 실패하며 국내 보험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됐다”면서 “지난 몇 년간의 경영난으로 인해 유럽 본사에서의 경영 지속 의지도 약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과 이에 따른 생산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 지속은 득보다 실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생보 시장보다는 손보 시장?
생보업계에서 유럽계 보험회사들이 떠나고 있는 반면 손해보험 시장에서는 유럽계 보험회사의 재진출 현상이 일어났다.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13년 만에 다시 국내 손해보험시장에 진출하여 예비인가를 신청한 것이다. 앞서 알리안츠 그룹은 지난 2002년 알리안츠화재해상을 설립했으나 1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손보사들이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알리안츠는 다시 손보시장에 진출하며 재물, 화재, 해상 등 기업성 보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손보업계가 IFRS17 도입에 따른 손해가 생보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성장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 때문에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손보시장에 재진입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IFRS17 적용시 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이 지난 2014년 대비 생명보험 44조원, 손해보험 2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손보시장의 잠재력을 염두에 둔 결정이며 국내 시장은 일반보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성장 가능성이 있어 이 분야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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