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연간 80억원 더 부담할 듯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내년부터 건전한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를 깎아주고 상대적으로 부실한 금융사에선 더 받는 차등보험요율제를 강화한다.

보험료를 정하는 데 필요한 금융회사별 등급 산정방식도 3년 만에 바꿔 생명보험사와 저축은행이 예금보험료를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11일 차등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차등보험료율 개정안을 심의했다.

개정안은 오는 19일 예금보험위원회를 거쳐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각 업권별로 경영위험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보험료를 할인받는 금융회사를 40%로 제한한 것이다.

그동안 생명보험과 저축은행의 70% 이상이 1등급을 받아 경영위험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받는 차등보험요율제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예보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으로부터 1년에 한 번씩 예금보험료를 걷어 기금(예금보험기금)으로 적립한다.

금융기관이 파산해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기금에서 돈을 꺼내 예금자에게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을 지급해 준다.

예보는 2013년까지만 해도 업권별로 동일한 고정 보험료율을 적용하다가 2014년 차등보험요율제를 도입했다.

금융회사의 파산 사태 등이 일어날 경우 건전한 금융사의 보험료로 부실한 금융사를 보호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예보는 매년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1∼3등급으로 평가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등급을 받은 금융사는 보험료를 5% 깎아주지만 3등급 회사는 2.5%를 더 내야 한다.

내년부터는 보험료 할인·할증 폭이 ±5%포인트로 확대된다. 2021년까지 이 폭을 ±10%포인트로 늘리겠다는 게 예보 계획이다.

예보가 차등요율제 시행 3년 만에 등급 결정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은 등급 편중 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예금보험료를 내는 생명보험회사 중 1등급(우수)이 71%였고, 2등급(보통)은 25%, 3등급(미흡)은 4%에 불과했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차등보험요율제를 안착시키려고 보험료 수입감소를 감내했는데, 쏠림 현상이 지속된다면 보험료 수입 감소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부실 위험을 보험료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보면, 예보는 은행업권에선 바젤Ⅲ 자본규제에 맞게 관련 지표를 세분화하고, 생명보험업권에선 유동성리스크비율·금리리스크비율 등으로 기존 평가지표를 대체했다.

등급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1등급과 3등급 상한 비율은 각각 40%로 설정했다.

새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을 안고 있는 생보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1등급을 받는 생보사가 감소하면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평가 방식을 개선할 경우 1등급 생보사는 2015년 실적 기준으로 71%에서 33%로 대폭 줄어든다. 3등급은 4%에서 21%로 늘어난다.

생명보험업권은 추가로 80억원의 예금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IFRS4 2단계 도입이 완료된 2020년 이후 예금보험료 산정 방식을 바꿔달라고 건의해왔다.

그러나 예보는 추가 보험료는 생보사의 작년 당기순이익(3조6천억원)의 0.22%에 불과하며, 경영 실태에 맞게 보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50%가 한도인 3등급 회사 비율을 40%로 낮췄기에 경기가 악화됐을 때는 금융회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보는 부채 시가평가 등 금융당국의 IFRS 2단계 도입 방안이 확정되면 생보업계가 져야 하는 부담을 평가 방식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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