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법인고객은 환급서류 구입도…탈세 악용 우려까지

[보험매일=이흔 기자] 고객이 사고 피해를 당했을 때 수리비를 보장해주는 자동차보험이 법인고객에는 수리비에 청구되는 부가가치세를 떠넘겨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법인고객의 경우에는 허점을 노리고 세금 환급기간이 다가오면 돈을 내면서 관련 서류를 사가는 일까지 생겨, 세금 탈루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 2월 100% 상대 과실로 인정된 자동차사고를 당한 뒤 수리를 받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요구를 받았다.

가해자 측 보험사에서 김씨의 차량 수리비를 지불했는데, 한 달여 뒤에 자동차를 수리한 공업사에서 김씨에게 수리비의 부가가치세로 약 14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위를 묻는 김씨에게 보험사에서는 "피보험자가 법인일 경우 수리비에 대한 부가세는 차주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경우 공동명의로 해당 차량의 보험에 가입한 아버지가 임대사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약관에 명시된 사항이 아니고, 법인의 경우 나중에 해당 부가세의 환급을 신청하면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상 지침상 부가세를 직접 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보험사의 설명이다.

김씨는 "100% 피해자라 보험사가 수리비를 지불했는데, 부가가치세는 피해자가 부담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보험사의 횡포 아니냐"고 말했다.

19일 보험업계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실제로 보험사들은 법인이 소유한 차량 중 경차, 화물차, 9인승 이상 승합차나 렌터카 등이 피해를 봤을 경우 수리비의 부가세를 내도록 종용하고, 추후 부가세를 환급받도록 제안하고 있다.

만약 보험 가입자가 부가세 납부를 거부하면 보험사가 부가세까지 처리하지만, 만약 가해 차량의 소유주가 법인일 경우 가해자 측에 부가세를 전가한 뒤 추후 환급을 신청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보험사가 부가세를 내면 환급받을 수 없지만, 법인이 내면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보험료를 내는 전체 소비자에게도 편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보험사의 논리다.

그러나 법인이 아닌 개인 가입자의 경우에는 보험사가 부가세를 지불하고, 법인이라도 고객이 거부할 경우 보험사가 직접 처리한다는 점에서 지침을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만약 나중에 환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보험사에 부가세를 내도록 다시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불편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며 "법인마다 환급받을 수 있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도 차등화된 지침을 정해두고 있지만, 실제 보상처리 과정에서는 관행적으로 법인세를 모두 고객에 떠넘긴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은 법인고객들이 세금을 탈루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처럼 부가세를 환급받을 때도 최소한도가 있기 때문에, 차량 수리비 부가세를 지불함으로써 환급받을 수 없던 다른 세금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법인들은 세금 환급 기간이 다가오기 전에 관련된 부가세 환급서류를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