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 하면 긍정적 이미지 보다 왠지 낡고 부정적인 인식이 동반된다. 예전부터 해오던 습관이라 고착화되어 있어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하더라도 웬만한 자극에는 그대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금감원 부원장보 승진인사 6명이 내정되고 청와대의 재가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보험담당 임원으로 내정된 권순찬 검사기획국장이 한국은행 출신의 은행통으로 보험권과 거리가 있는 인물이어서 보험감독 업무의 전문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감원 인사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금감원 9명의 부원장보 자리를 전통적으로 은행권 5명, 증권 3명, 보험권 출신 1명씩 업권별로 암묵적으로 서로 나눠가지고 있다고 한다.

보험업계출신인 김수일 경영담당 부원장보가 유임되면서 보험권 몫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부득이 은행권 출신이 보험담당 임원으로 자리한다는 뜻이다.

아직도 전문성을 고려치 않은 업권별 나눠먹기 인사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퇴행적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은 장기간에 걸쳐 계약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계약의 내용이 복잡하고 보험금 지급이 불확정적이어서 민원과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전문성을 앞세운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함에도 ‘인사 관행의 덫’에 걸려 전문성이 퇴색될 상황에 놓여 있다.

금융지주사의 전문성을 배제한 인사 관행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주사가 은행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계열보험사 대표에 은행권 인사를 내려 보내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KB, 신한,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사 사장이 모두 은행권 임원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보험업은 은행업과 영업방식이나 자산 관리, 투자운용 등 거의 모든 경영기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영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이 다음달 DGB생명으로 새 출발하며 한화생명출신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내정했고 LIG손보는 KB금융으로 인수되더라도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향후 조직이 안정되면 지주사의 입김에 따라 은행출신 사장으로 교체가 우려되는 건 기우일까?

지난 해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가 인수참여를 포기한 적이 있다.
물론 인수에 막대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 이라든가, 개인 대주주 문제 등의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금융권내에서는 보험사가 은행을 지배하는 이른바 ‘어슈어뱅크’에 대한 반감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감히 보험사가 은행을 먹어!’라는 식이다. 관행적으로 은행권을 우위에 두고 있고 정서상 보험사가 은행을 지배하는 구조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총자산 규모에서 은행권이 보험권보다 3배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보험업이 국내 금융산업의 중요도나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보험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달라지지 않고 있다.

관행적으로 ‘관피아’의 전유물로 여겨 온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수장을 민간출신으로 앉히는데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것도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제 금융당국도 과거의 관행과 편견을 버리고 보험업의 위상에 걸맞는 대접을 해야 한다.

보험업계도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제거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보험업계가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는 대우가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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