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가계 빚 주택담보 위주로 37.3조 늘어…사상 최대

[보험매일=이흔 기자] 금융당국이 내달초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전환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다.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를 정착시켜 대출자의 만기 일시상환 부담을 덜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저금리에 부동산 금융규제(LTV·DTI) 완화 영향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빚의 급증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간 늘어난 은행 가계 빚 규모만 사상 최대인 37조3천억원으로, 전년의 1.6배 수준에 달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작년 하반기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가계부채 현황을 국민에게 자세히 알리고 정부차원에서 가동할 수 있는 대안을 내달초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일단 가계부채의 질이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대출구조를 개선하는데 정책을 집중키로 했다.

은행 주택대출의 65%가 원금상환없이 이자만 내는 만기상환·거치식 분할상환형이어서 집값 하락이나 금리 변동 등에 취약한 만큼 소액이라도 빚을 갚도록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우선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새로운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현재 20% 수준인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연내 2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새 고정금리 상품은 기존 변동금리 일시상환형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며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 여력 등을 고려해 일정한도(약 40조원 규모)에서 추진된다.

상품의 판매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 3.0~3.2%대의 금리를 적용, 기존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컸던 금리격차를 좁히고 원금상환부담을 덜고자 만기 상환액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2억원을 빌렸다면 1억4천만원을 일정기간 균등 상환하고 남은 6천만원의 원금을 만기에 일시상환토록 하는 방식이다.

또 단기 일시상환 주택담보 대출자가 새 상품으로 갈아타게 되면 기존 대출 상환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고정금리 상품은 금리하락기에 인기가 없기 때문에 금리상승 시점을 적절히 감안해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와함께 각 시중은행이 신규 대출시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토지, 상가 등에 대한 상호금융권의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1분기중에 각 권역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토록 권고할 예정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이후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2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7조5천억원이 증가했다.

작년 1∼11월 중 51조원이나 늘었다.

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만 봐도 작년 12월 말 현재 잔액이 560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무려 37조3천억원이 증가했다. 연간 증가액은 2013년(23조3천억원)의 1.6배로, 사상 최대다. 종전 최대치는 2008년의 27조1천억원이었다.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35조5천억원)이 주도했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11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23조9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6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1∼11월 중 증가액은 17조9천억원으로 작년 동기(10조3천억원)의 1.7배에 달했다.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의 취지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등의 가계대출을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돌려 가계의 전반적인 부채질을 개선하려 했다는 점에 비춰 정책 효과를 무색하게 하는 흐름이다.

특히 제2금융권 중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체 못지않게 높은 이자를 받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최근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11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조642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3천316억원 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었다.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늘기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대부업체들이 지난해 저축은행업에 뛰어들고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경제규모와 은행의 건전성을 감안할때 별 문제는 없다"며 "내달 나올 대책은 장기적으로 부채건전화를 위한 미세조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인식은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가계상환 여력 등이 고려됐다.

스페인처럼 집값이 일시에 20%이상 급락할 경우를 상정해 작년 하반기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실시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서 국내 시중은행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6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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