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其人居其官 是謂亂天事 비기인거기관 시위난천사
부적절한 사람이 관직을 차지하는 것은 하늘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夏本紀)
우(禹)의 제위 승계를 앞두고 고요(皋陶)가 왕도를 논하며 가르친 말

우(禹)가 순(舜)임금의 후계로 정해지고 아직 순임금이 다스릴 때에 임금과 중신들은 종종 여러가지 일을 함께 논의하였다. 이날은 순임금을 모신 조회(朝會)에서 재상인 고요(皋陶)가 좌장이 되어 왕도(王道)를 논하게 되었다. 왕위를 물려받게 될 우를 위하여 중신들이 의견을 내고 우의 생각을 묻는 자리로 보인다. 후계자 우를 위한 일종의 제왕수업이었다.
고요가 말했다. “진실로 도덕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시면 계획하는 일이 분명해지고 보필하는 사람들도 잘 화합할 것입니다.”
그러자 우가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요가 대답했다.
“자신을 신중히 하고 오랫동안 수양하여 사람들을 편안케 하고 질서가 바로잡히면 많은 현명한 사람들이 나서서 왕을 도우려고 할 겁니다. 그러므로 가까이에서 시작해 멀리에 이르기까지 잘 다스리는 일은 전적으로 왕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가 “맞는 말이오.”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요가 덧붙여 말했다.
“아, 사람을 알고 백성을 편안케 해야 합니다(在知人 在安民).”
그러자 우가 말했다.
“요임금이라도 어려워했을 것 같군요. 사람을 안다는 것은 곧 지혜롭다는 것이니, 지혜가 있으면 적당한 사람을 관리로 임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것은 곧 은혜롭다는 것이니, 은혜로움이 있다면 백성은 자연히 우러러보며 따르게 될 것입니다. 지혜롭고 은혜로울 수 있다면 어찌 악한 사람들이 나타날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어찌 외적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으며, 어찌 아첨하는 사람들이 횡행할까 두렵겠습니까.”
이에 고요는 또 제왕이 알아야 할 아홉 가지 덕(九德)을 설파했다.
“이 일을 행하는 데 아홉 가지 덕이 있습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관대하되 준엄하고, 부드럽되 주관이 뚜렷하며, 소박하되 함께 나누고, 다스리되 존중하며, 너그럽되 단호하며, 올곧되 따스하고, 대범하되 청렴하고, 강하되 알차고, 굳세면서도 올바르게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대부는 이중 세 가지 덕을 베푸는 것으로 자기 땅을 보존할 수 있고, 제후는 이중 여섯 가지 덕을 베푸는 것으로 자기 영지를 지킬 수 있습니다. 천자가 아홉 가지 덕을 두루 베풀면 뛰어난 사람이 관직에 있게 되며, 모든 관리가 엄숙하고 신중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간사하고 음란하거나 기묘한 꾀를 부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 관직을 차지하면 바로 천하의 대사를 어지럽히는 것입니다(非其人居其官,是謂亂天事). 하늘이 죄지은 자를 징벌할 때는 다섯 가지 형(五刑)으로 다섯 가지 죄를 묻습니다. 이와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우는 대답했다. “그대의 말은 실행되어 공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야기 Plus
순임금이 중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후계자를 위한 강론을 이끈 자리에서 아름다운 대화가 오가고 있다. 국민의 투표로 뽑힌 공화정의 지도자라 하더라도 직위에 오르기 전 전임자들이나 당대의 현자들을 모아놓고 지도자가 가야 할 길에 대하여 강론을 듣는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임금의 조정을 이끄는 재상 고요로부터 제왕학(帝王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철칙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겨들을 말이 많다. “사람을 알고 백성을 편안케 해야 한다(在知人 在安民).” 이 말을 제왕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본 원칙으로 천명했다. 청와대 집무책상 맞은 편 벽에 큼직하게 편액으로 걸어두고 아침마다 되새겨도 좋을 말이다.
우왕이 그 뜻을 알아들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지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것은 은혜. 그것으로부터 세상의 평화와 감사가 시작된다. 백성의 고혈을 짜서 가난하게 만든 뒤 그 가난을 구제하겠다고 소란을 떠는 것보다, 백성이 가난해지지 않도록 베푸는 정치가 중요하다. 기업이나 공무원의 수를 줄여서 실업자를 늘려놓고 실업자를 몇 사람 구제하겠다고 수치를 떠들어대는 것보다, 저임금이나마 저마다 일한 댓가를 당당히 받아 스스로 먹고 사는 고용인구가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나쁜 정치는 백성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서 약 발라주며 생색내는 식의 정치다. 애당초 상처를 주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면 백성은 정치의 힘을 아예 모르고 살게 된다. 옛날 요임금은 민간을 시찰하면서 “내가 밭을 일궈 내 힘으로 먹고 사는데 왕이 누군지 내가 알 바 무어냐”는 노래를 듣고 비로소 태평성대가 이루어졌다며 기뻐했다. 백성이 의식할 필요가 없는 정치. 그것이 좋은 정치다.
그 위에 군주가 가져야 할 아홉 가지 덕을 고요는 소개한다. “이 덕을 지켜라. 그러면 감히 깜도 안 되는 오합지졸들이 스스로 나서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군주가 덕을 세우는 데 실패하면, 간사하거나 음란하거나 잔꾀를 부리는 사람들이 나타나 요직을 차지한다. “적절치 않은 사람이 관직을 차지하는 것은 천하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다.” 자리를 탐내(貪官)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군주가 제대로 덕을 갖추고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란 의미다.

丁明 . 시인 논설위원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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