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7일 국토교통부(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한 지 벌써 9년째에 접어든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라 함)의 정비요금이 공표되기 전에는 자동차보험 사고에 적용되던 정비요금은 주로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러다보니 정비요금 산출기준인 표준작업시간과 시간당공임(공임률)을 둘러싸고 보험 및 정비업계간에 이견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8월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제16조 ‘정비요금에 대한 조사․연구’ 조항 신설)되었고, 이 법에 근거하여 국내 최초로 정부에 의해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이 공표된 것이다.

국토부의 정비요금 공표로 그간 자동차 정비시장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던 다양한 기준들1)이 국토부 공표 기준으로 통합되고 이전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비요금이 산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정비요금 공표 이후에도 매년 출시되는 신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의 산출, 시간당공임의 조정 등 후속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분쟁과 불신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 정비요금 연구용역에 참여하여 표준작업시간 연구를 담당했던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정비요금 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신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을 산출하여 ‘참고작업시간’ 형태로 양 업계에 제공해 왔으나,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표준작업시간 데이터 유지보수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비업계로부터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의심받아야 했다.

더욱이 2005년 정비요금 공표 당시 정부 관련부처들(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해외사례를 들면서 정부가 정비요금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을 통해 보험, 정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동차보험정비요금협의회’에서 정비요금 기준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현행 공표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 해외의 견적시스템들2)이 국내에 들어와 외산차 수리비 산출기준으로 일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국토부 공표 표준작업시간의 작업항목 체계도 해외의 견적시스템처럼 다양한 수리내용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개선요구에 따라 국토부는 선진 외국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선진화’는 단순히 현행 정비요금 산출기준을 일부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행 정비요금 공표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여 정비요금이 시장 내에서 불협화음 없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만드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관련 당사자들 간의 다툼과 갈등을 줄이고 차량소유주의 안전과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정부가 정비요금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는 없다. 표준작업시간은 전문기관이 산출하여 견적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가 사용되고, 시간당공임은 시장가격을 기초로 개별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에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한마디로 표준작업시간과 시간당공임 모두 시장자율에 맡겨져 관련 당사자들의 선택 또는 참여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정비요금으로 인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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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험 및 정비업계가 협의하여 정한 ‘자동차보험 수리공임기준표’, 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가 정한 ‘정비요금표’ 등
2) Audatex시스템(주로 유럽, 북미 등에서 사용), Mitchell시스템(주로 북미에서 사용) 등

이러한 해외의 모범적인 정비요금 운영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도 보험, 정비, 소비자단체 모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선진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진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충분히 논의되고 해결되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표준작업시간의 수리작업항목은 차종별로 최신의 자동차기술과 정비환경의 변화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개선되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에 계약을 통해 적용하고 있는 각기 다른 표준작업시간들을 통합하여 공통기준으로 일원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별․정비업체별 정확한 공임원가 조사를 통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시간당공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보험사와 정비업체가 적용 수준을 협의하여 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산차 외에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외산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과 차체수리 판금작업에 대한 표준작업시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현재 국토부 공표 정비요금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국내 자동차제작사 직영A/S센터들도 선진화된 정비요금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선진화’는 보험 및 정비업계 간의 오래 묵은 분쟁과 불신의 매듭을 푸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비요금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보험업계, 정비업계, 소비자 단체 등 관련업계가 서로 상생하려는 마음자세로 각자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할 때만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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