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정애 기자] 교통사고 피해자의 부상과 차량 파손 정도가 가볍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도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6)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고 외관상 상처가 없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나중에 판명됐다는 이유만으로 구호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고 운전자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아 상해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구호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적극 표명했다거나 다른 응급조치가 필요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 객관적이고 정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4월 인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정차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 여성 운전자는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목뼈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고 약 30만원의 차 수리비가 나왔다.

사고 직후 피해자는 차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사고를 낸 차량의 번호판을 촬영했다. 이씨는 피해자에게 차량을 도로 옆으로 옮기자고 한 뒤 보험처리를 하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이후 이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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