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약자와 수익자가 서로 다른 보험계약의 틈새 노린 비자금 거래 차명 거래 제한으로 풀어나갈 수도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20년째를 맞고 있지만, 보험사에는 여전히 실명제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빈틈'이 존재한다.

보험 계약자와 수익자(보험금 수령자)가 다를 수 있다는 보험의 특성이 첫 번째 허점이다.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 등 대다수의 보험상품은 보험을 계약하는 사람과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를 다르게 지정할 수 있다. 보험계약 후에도 수익자는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

문제는 보험 가입시 수익자의 신원은 심사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비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금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 용도로 사용코자 한다면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자금을 조성하려고 하는 A가 제 3자의 이름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 수령자를 A가 가진 대포통장의 명의로 등록을 한다면 자금출처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자과 수익자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금 출처를 숨길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보험금 수익자 손쉬운 변경은 보험사기에도 악용된다.

지난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인천의 '낙지 살인사건'도 이같은 방법을 악용한 사례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A씨는 여자친구 B씨에게 2억원의 생명보험을 가입하게 한 뒤, 다음달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본인으로 변경했다. 수익자 변경 후 A씨는 한 음식점에서 낙지 4마리를 구입해 여자친구 B씨와 함께 인근 모텔에 투숙한 뒤, B씨가 낙지를 먹다가 질식했다고 신고했고, 보험금 2억원을 수령했다. A씨는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낙지 살인사건은 '수익자 변경'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라며 "노숙자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수익자를 자신으로 지정한 뒤, 살해 후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또 다른 빈틈은 보험을 유치했을 때 설계사나 대리점이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비자금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설계사들이 자신의 보험계약을 유치한 것처럼 조작해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3년간 17억5000만원 가량을 따로 챙긴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기업 그룹이 명목 상 보험대리점을 개설하고 해당 대리점에 기업의 보험 물량을 몰아준 뒤, 보험사에서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비자금으로 돌려 쓰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는 재벌들의 이같은 비자금 조성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차명계좌의 전면금지를 제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벌의 수수료를 명목으로한 비자금 조성은 대부분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해 이뤄지기 때문에,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비자금 조성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일부 선의의 거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차명계좌는 축적된 자료를 통해 예외규정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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