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비서가 상품설명·계약 등 설계사 대신 영업

삼성생명 고객이 제보한 설계사 비리 백태
수수료는 비서·실적은 설계사 챙겨 ‘무리한 실적경쟁’ 도마
계약유치·고객관리 위해 무리한 미끼영업…민원제기 등 빈축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왕이 되기 위한 편법영업 등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유계약이 많은 설계사들은 비서 개념의 직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모집자격이 없는 비서들이 영업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고 설계사는 실적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또한 계약유치 및 고객관리를 위한 무리한 미끼영업, 일종의 ‘꺽기’ 등으로 인한 민원도 제기되고 있어 정당한 영업을 하는 설계사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

◇보험왕 되기 위한 편법영업 횡행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설계사들은 고객 모집 자격이 없는 비서들이 모집대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왕 정도의 레벨이 되면 보유계약 건수가 혼자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 경우 설계사들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기가 어려운 만큼 비서 개념의 직원을 두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서들은 행정처리 업무는 가능하지만 고객모집·보험상품 설명 등 영업에 대한 자격은 없다.

그러나 일부 설계사들은 비서들이 모집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떼주지만 대신 실적을 높이는 것이다. 모집을 대행하는 비서가 많아지면 자연히 실적은 오르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왕 등 연도대상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회사 측에서 성과금, 차량, 직급 및 기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일부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떼주더라도 실적을 높이기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며 “음성적으로 이 같은 행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사 아닌 비서가 모집대행

최근 <보험매일>이 접수한 삼성생명 고객 이숙이 씨(여, 51세, 프랜차이즈 제과점주)의 제보에 따르면 이 씨는 2011년 12월 삼성생명의 ‘(무)뉴플래티넘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담당 설계사 나영순 씨가 아닌 그의 수행비서 격인 김해민 씨와 계약을 맺었다. 이 상품의 보험료는 월 100만원이 넘는다.

이 씨는 “인근 타 제과점주로부터 김해민 씨를 소개받았다”며 “상품 설명 등 가입을 위한 모든 과정을 김 씨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 나 씨는 가입 전에 한 번 정도 봤을 뿐, 모든 계약과정은 김 씨와 했다”며 “보험계약에 따른 수수료는 김 씨가 챙기고, 나 씨는 실적만 챙긴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황상 계약서 작성 시 이 씨와 나 씨, 김 씨가 함께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김 씨가 나 씨의 지인인 것은 맞지만 비서도 아니고, 기타 보험가입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부당영업 의혹 정확 일부 포착

그러나 김 씨로부터 가입권유를 받았다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이 씨는 “김 씨를 소개시켜 준 타 제과점주로부터 확인이 가능하다”며 “또한 납입 도중 통장 잔액이 부족해 보험료 납입이 안되자 김 씨가 대신 보험료를 납부해주고 자신은 김 씨에게 보험료를 입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100만원이 넘는 월 보험료를 대신 내줄 일이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보험매일>은 이 씨가 김 씨에게 보험료를 계좌이체 한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또한 이 씨는 보험계약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혈압측정시 정상수치보다 높게 나왔다. 이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측정을 했으나 여전히 높게 나오자 김 씨가 담당 간호사에게 선물을 준 후 정상수치로 기록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이 씨는 “김 씨가 간호사에게 선물을 주고 정상혈압으로 체크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익월인 2012년 1월 5일 건강문제로 동네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했는데 정상수치보다 높게 나왔다. 이 씨는 이 진단서를 <보험매일>에 전달했다.

◇미끼영업 ‘무리수’에 고객민원 제기

설계사들이 고객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과도한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미끼를 제공하는 등의 행태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설계사들은 과도한 비용 투자에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며, 고객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삼성생명에서 10년 연속 보험왕을 차지한 예영숙 전무의 경우 최근 과도한 고객관리 비용 투자 등으로 인한 부도설 등 구설수에 휘말린 적도 있다.

예 전무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연속 보험왕을 수상한 후 더 이상 보험왕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타 설계사들에게 양보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예 전무는 상을 받은 적이 없지만 오는 9일 개최예정인 연도대상 시상식에서는 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최근 휘말린 구설수를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삼성생명 측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구설수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해 상을 주는 것은 예 전무가 영업을 잘하고 있고,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지 구설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씨의 제보건의 경우 설계사 나 씨, 김 씨는 제과점주인 이 씨에게 보험계약을 권유하면서 보험료 만큼의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100만원이 넘는 월 보험료가 부담돼 처음에는 50만원 대의 상품을 가입하려했다”면서 “이에 나 씨와 김 씨는 각각 매달 40~50만원의 빵을 구입해 총 100만원 상당의 월 매출을 올려주겠다며 가입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3~4회 구매 한 적은 있으나 이후에는 빵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이에 나 씨와 김 씨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잘 되지 않았으며, 연결이 되면 찾아오겠다고 하면서도 온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설계사 나 씨는 <보험매일>과의 통화에서 “이 씨에게 사과하고 계약자체를 무효처리 해 주겠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후 통화에서는 “김해민 씨가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다”라며 책임을 전가시키는 등 말을 바꿨다.

삼성생명 측은 “나 씨로부터 확인한 결과 빵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2011년 12월 한차례 구매한 적이 있는데 이는 연말연시를 맞아 자신의 고객 등에게 선물을 하기 위한 것으로, 계약조건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씨는 12월을 포함해 3~4차례 더 빵을 구매한 적이 있다며 <보험매일>에 빵을 구매한 거래내역 일부를 보내왔다.

이 씨는 “12월 구매의 경우 나 씨가 타 지점의 법인카드를 여러장 가지고와 결제했다”라며 “이후에도 수십만원 대의 빵을 3~4차례 더 구매한 적이 있는데 사전 약속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정황상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고 지적했다.

이어 “1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고, 수십만원 대의 빵을 수차례 구입했던 사람이 불만을 제기하자 그런 적이 없다면서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씨는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에 모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현재 삼성생명 측에 자료요청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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