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실비보장과 질병 등의 보장이 결합된 실손의료보험에서 실비만 보장하는 단독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험업계와 학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환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소비자 중심의 민영의료보험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실비만 보장하는 단독상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보험 가입자들은 병원비 실질적 지출을 보전해주는 실비보장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지만 실비보장에만 가입하기 어려워 불필요한 보장까지 받고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단독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 이후 이뤄진 패널토론에서 보험업계는 단독상품 개발이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생명보험협회 김기성 상무는 "실비만 보장하는 단독상품은 현행 결합상품에 비해 가격변동폭이 크다"며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사에서는 지급심사를 강화하게되고 이는 유지비와 고객 소비자 민원 모두가 증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독상품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미비한데 반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현행 보험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보험협회 박종화 이사도 "단독상품이 소비자 선택권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의 보장이 적어져 후생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또한 단독상품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토론에 참여한 김성태 연세대학교 교수는 "단독상품이 현재 상황에서 효율적인지 의문"이라며 "(보험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정동 연세대 교수도 "지금도 손해율이 100%가 넘어가는 실손보험의 상황에서 단독보험을 개발해도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가격이 낮아진다 해도 (보험료가 적어)수수료를 많이 받지 못하는 단독상품을 어느 설계사가 팔려고 하겠냐"며 의문을 던졌다.

단독상품에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반응에 한국소비자원 대표로 참여한 김창호 박사는 "단독상품은 소비자에게 줘야할 당연한 권리"라며 "의료서비스를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주면 손해율 관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김대환 실장도 "(패널들이 제시한 문제들은)정부 정책과 보험사의 사업구조 변경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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