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보험사 사장단간의 상견례가 있었다. 취임했으니 서로 인사나 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현안은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보험사 사장들은 방카슈랑스에 대한 문제점등을 봇물처럼 쏟아냈고 윤 위원장도 일정부분 수용의사를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역대 금감위원장 상견례와 방카슈랑스는 상당한 인연을 맺고 있다. 금감위원장이 바뀔때마다 방카슈랑스가 이슈화됐기 때문이다.▷이용근 금감위원장과의 상견례가 있은 지난 2000년 1월. 보험사 사장단은 내심 이 자리를 상당히 기다려왔다. 업계의 사정을 털어놓고 속시원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였다. 이때도 현안은 "은행의 보험상품 직접판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사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용해야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뜻밖에 이 위원장은 "금융업종간 겸업화 확대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핵심 업종간 벽마저 무너질 수 있다"며 "은행이 보험사 대리점 자격으로 보험을 판매할 수 없는 금지규정을 가급적 빨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험사 사장단의 기대가 여지없이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인사나 나누자던 자리에서 가히 폭탄 발언(?)이다.▷우여곡절 끝에 이근영위원장이 금감위원장에 올랐을 때도 보험사의 방카슈랑스에 대한 "건의"는 이어졌다. 역시 상견례장에서 배찬병 생보협회장은 "방카슈랑스를 시행하기에 앞서 보험사들에 시간여유를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으나 이 위원장은 "보험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정부 주도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방카슈랑스는 추진되고 있었다.▷이미 1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고있는 상황에서 윤 위원장과의 상견례는 좀더 절박했다.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보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2단계 조치가 발효되면 보험업계는 붕괴된다"는 논리를 펴며 사장단은 연기를 강하게 요청했다. 우는 아이 젖 물리는 격일까. 윤위원장은 "재경부와 협의하겠다"며 연기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선에서 건의를 받아들였다. 그동안의 상견례와 비교해 볼 때 "괄목한 만한 성과"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주장대로 2단계 방카슈랑스가 일정기간 연기되면 과연 보험사의 경영이 지금보다 호전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시간만 벌고 보자는 식의 대응으로는 상대의 힘이 너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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