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 개미들은 인간을 "손가락"라고 부른다. 조그만한 개미 입장에서 보면 거대한 인간들의 형체는 전체적인 식별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오직 자신들에게 가공할만한 위력으로 위해를 가하는 손가락만이 "인간의 전부"로 보였을 것이다. 소설속에서 "손가락"은 한순간에 "붉은 공"처럼 나타나 수십마리의 개미들을 한꺼번에 짓이겨버리는 공포 그 자체였고 한편으로 개미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손가락이 어떤 직업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것 중에 피아니스트만한 직업도 드물것이다. 손가락을 지독하게 혹사시키는 막대한 연습량은 말할 것도 없고 손가락의 천부적인 자질(?)까지 갖춰야하니 손가락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할 듯 싶다. ▷피아노 작품 가운데 보통 연습곡으로 통하는 에튀드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음악적 요소보다는 기교의 과시에 치우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특한 기교를 에튀드에 담아내기도 한다. 세계적인 작곡가 리스트는 옥타브의 과용과 자유로운 길이의 꾸밈음을 사용하면서 기형적으로 긴 자신의 손가락을 자랑하기 위해 피아니스트들에게 가혹하리 만치 어려운 에튀드를 작곡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손가락은 피아니스트들의 자랑인 동시에 그들의 모든 것이다.▷피아니스트 서혜경 경희대 교수가 연주중에 손가락을 다칠 경우 최고 10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손가락 보험"에 가입해 화제다. 2년전 영국의 한 프로게이머가 세계컴퓨터게임 대회에 출전하면서 약 7억원의 손가락 보험에 들어 화제를 모은 적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지않은 일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손가락 보험"뿐 만 아니라 "몸매보험", "엉덩이보험" 등도 판매되고있어 인간의 신체 특정부위를 담보로 한 보험들이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범부들의 신체도 부위별로 "보험가격"이 매겨질 날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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