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사이버 테러 등 각종 예상치 못한 위험이 국내 산업 전반에 덮치면서 이를 커버하는 기업성 보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성 보험시장은 세계 10위의 국내 산업을 커버하는 데 적잖은 문제점들로 시장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성 보험시장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글로빌 비즈니스 리스 1위 ‘사이버사고’ ... 국내 사이버보험 가입 ‘걸음마’ 수준

올해 초 해외 보험사 알리안츠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스크인 ‘알리안츠 리스크 바로미터 2024’를 발표했다. 전 세계 92개 국가의 기업, 리스크 컨설턴트, 보험업자, 고위 관리자, 청구 전문가 및 기타 리스크 관리 전문가 3069명이 참여한 비즈니스 리스크 조사에서 사이버 사고가 1위로 꼽혔다. 사이버 사고는 2022년부터 3년째 1위에 오르고 있을 만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알리안츠는 해커들이 인공 지능(AI) 기반 언어 모델을 악용해 랜섬웨어 공격의 속도와 범위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악성 코드를 만들고 매우 설득력 있는 피싱 이메일 및 딥 페이크를 생성시키는 등으로 올해 사이버 사고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3월12일 ‘알리안츠, 올해 AI 악용한 사이버사고 급증 전망’)

하지만 국내 사이버 보험 가입 현황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화재보험협회가 개최한 ‘사이버 위험관리 및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사이버 종합보험 보험료는 185억 원(58건)으로 전 세계 사이버 보험료 13조6000여억 원(120억 달러)의 0.1%에 불과하며, 의무 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이버 리스크 관련 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하더라도 0.5%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국가 인터넷 이용률 6위(OECD, 2021),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시장 5위(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2021), 인터넷 스피드 무선망 2위(유선망 7위, 비주얼캐피털리스트 2021) 등 인터넷 강국인 데 비하면, 사이버종합보험 가입은 절대적 수치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 해외 보험사 사이버보험 평가 방식 보안 철저

사이버 보험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지만 보험사도 이에 대한 적정보험료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항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의 IT 인력들은 계약 지원을 할 뿐 실질적으로 사이버 보험 평가 인력은 현재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의 ‘기업보험 시장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정광민 포항공대 교수는 사이버 리스크나 사이버 보험의 모델 표준화가 어려운 이유를 소개했다.

“사이버 리스크는 자연재해와 다르게 공격자(맨메이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격자의 침투 능력이나 기술을 이해해야 사이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자체 팀을 구축해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고, 외부에 맡기면 비용이 많이 발생해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실제 사이버 손실이 발생했을 때 결과마저 모호한 상태다. 예컨대 데이터 유출 시 데이터에 대한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해외 보험사들은 사이버 보험요율 산출 방식을 극비 보안에 부치고 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미국 사이버 보험사 자문을 한 적이 있는데, 자기들이 사이버 보안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평가에 따라 나온 점수를 기반으로 어떻게 프라이싱(보험료 산출) 해야 하는지만 문의했다”고 소개했다.

◇ 삼성 GRM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시스템 갖춰야

비즈니스 리스크 3위에 오른 자연재해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자연재해의 발생확률 측정(대기과학자, 기후과학자), 발생지역 물건의 가치평가(토목공학자), 보험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 분석(파이낸스 전문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등장했을 때 보험사들은 이에 대한 위험 평가가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2017년부터 ESS 시설에 대한 화재가 발생해 큰 손실을 보자 허겁지겁 재보험사의 보험요율을 활용했고, 사고가 잇따르면서 급기야 보험사 대부분이 ESS 인수를 거절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스템 개발 및 전문가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국내 최초로 2013년 자연재해로 인한 심각한 손실을 막기 위해 국내외 전체 보험 물건의 자연재해 평가맵(GRM, Global Risk Map)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관련기사 2023.08.01. ‘GRM은 당신의 아파트와 기후 재난 위험등급을 알고 있다’ 기사 참조)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뮤니크리의 ‘나싼’(nathan),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캣넷’(catnet)을 이용해 왔다.

국내 손보사들이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물건 인수는 물론 해외기업들의 물건 확보를 위해선 리스크별 설득력 있는 보험료 산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보험사 자체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렇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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