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산재와 형사처벌 리스크 속에 보험 수요 늘어
중소기업은 가입 장벽에 막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째를 맞으며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경영책임자 형사처벌이 현실화되자 기업들은 보험쪽으로도 눈을 돌리며 기업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으나, 잇따른 사고와 높은 보험료, 중소기업의 낮은 가입률 등으로 실질적 안전망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기업보험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98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52.8%, 건설업 사망자는 496명(23.6%)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사망자 137명, 이 중 건설업이 71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도 2022~2024년 동안 1,748건의 사고와 1,8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 SPC삼립,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보험료 상승과 보장 한계, 그러나 시장은 확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첫해 기소율은 12.4%였으며, 이후 본격적인 수사가 이어지면서 경영진 리스크가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경영책임보험(D&O), 기업종합보험(CGL), 산재 관련 특약 등 민간보험으로 대응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현상은 기업보험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D&O 문의가 4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가입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보험업계는 법률비용 보장 특약, 리스크 컨설팅 연계형 상품, 재보험 활용 공동인수 모델 등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2007년 ‘기업살인법’ 시행 이후 보험사들이 법률비용 지원 중심의 상품을 확산시켰으며, 안전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에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했다.

유럽 주요국도 기업 리스크를 보험과 연계해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ESG 경영과 산업안전 투자를 보험 인센티브와 연결하는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도입하면 시장 활성화와 안전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 사각지대 해소가 관건
중대재해법 적용 기업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이지만, 높은 보험료와 까다로운 심사로 가입률은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은 자체 시스템과 보험 가입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보험료 지원 확대, 안전관리 투자와 보험 연계 인센티브 등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보험 가입을 늘려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험은 사후 대응에 불과하므로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안전투자 기업에 보험료를 감면하는 방식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역시 데이터 기반 리스크 평가와 전문인력 확충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에 직접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 새로운 리스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기업보험 시장의 확대라는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정부가 예방 중심 정책과 보험 제도 혁신을 함께 추진한다면, 산업재해 감소와 보험시장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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