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 2공장의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철강 수요 급감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경영 부담이 겹치면서 지난해 폐쇄를 시도했던 공장을 결국 멈춰세운 것이다.
현대제철은 11일, “철강 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생산량이 확보되지 않아 포항 2공장을 지난 7일부터 전면 휴업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가동 중단이나 인력 재배치 등은 노조와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항 2공장은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폐쇄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철강 업황 침체로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현대제철은 폐쇄 방침을 세우고 노조와 협상에 나섰지만,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공장은 축소 운영 형태로 전환되며 생산량 조절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철강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국내 경기 둔화와 건설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여기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철강 관세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대제철은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 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 부서를 정리하고 있다.
포항 1공장 내 무한궤도 부품 및 완제품을 생산하던 중기사업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경영 실적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6%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 회복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철강 산업을 둘러싼 통상환경 변화에도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립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무역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기지의 잇단 축소는 일자리 문제와 지역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포항 지역은 철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규모 공장 휴업이 지역 상권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철강업계 전반의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현대제철을 비롯한 주요 철강기업들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