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임원 인사 '12월 딜레마'... 국감 직후 단행 예상 빗나가

내부 '인사 적체' 불만 확산... 수석부원장·특사경 두고 금융위와도 긴장

2025-11-19     이흔 기자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 인사가 당초 국정감사 직후인 11월 초·중순을 넘어 12월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조직 안정을 위해 '소폭 인사'를 구상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인사 폭이 너무 좁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당초 예정보다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원장은 취임 후 가장 중대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으며, 조직 내부 동요와 외부의 금융 감독 공백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 단행을 목표로 임원 인사를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보고 및 검증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내 발표는 불투명하며 12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동안 금감원은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8명 등 현직 임원 11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이찬진 원장은 임원 임기를 최대한 보장하고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소폭 인사를 추진했다.

재직 기간이 2년 미만인 임원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최소한의 교체를 염두에 뒀던 것.

그러나 금감원 고위직 인사를 검증하는 대통령실은 이 원장의 인사안에 대해 "인사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임 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임원들을 폭넓게 교체해 조직 쇄신을 이뤄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 '인사 적체' 불만 확산

이 원장의 소폭 인사 기조는 내부 반발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금감원은 2,000명이 넘는 조직 규모에도 불구하고 승진 기회가 제한적인 구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원 유임이 지나치게 많으면 하위 국장·팀장급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적체돼 승진 기회가 사라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내부 커뮤니티에는 현 임원진의 무대응에 대한 실망감과 '물갈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분출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 원장이 '만 3년 이상 국장'을 승진 기준으로 언급하면서 김욱배, 권재순, 김형순 등 5명의 국장이 부원장보 승진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하마평이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위와의 '불편한 기류'... 수석부원장·특사경 논란

인사 잡음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금감원 '넘버 2'인 수석부원장 인선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원장은 현 이세훈 수석부원장 유임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금융위는 관례대로 금융위 출신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원장이 국감에서 금융위와의 사전 협의 없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양 기관의 시각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금융위는 금감원 권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시장 '불확실성' 증폭... 감독 공백 우려

인사가 지연되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핵심 임원 인사가 늦어질 경우 금융권 전반의 정책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증권·보험 검사 및 제재를 총괄하는 핵심 부서의 책임자가 장기간 공석이거나 미정인 상태로 이어질 경우 금융 감독 기능이 느슨해지고 감독 일관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원 인사가 늦어짐에 따라 금소처 분리 논란을 정리한 조직개편안과 국장급 인사 역시 12월로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인사는 금융권 전체의 정책 시그널"이라며 "인사가 늦어지면 감독·정책 축의 균형이 맞지 않아 일부 현안 처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