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소처 격상, 보험업계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원장 직속의 금융소비자위원회까지 신설하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선언이자,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소비자 보호 미흡’ 비판에 대한 응급 처방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보험업계에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보험산업은 금융권 민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만큼 소비자 갈등이 집중돼 있고, 불완전판매·보험금 지급 지연 같은 이슈는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금소처가 총괄본부로 격상되면 민원과 분쟁 조정은 단순 중재를 넘어 검사·제재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줄고, 소비자 친화적 해석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지급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변액보험이나 장기보험 같은 분쟁이 잦은 상품군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 큰 변화는 감독 방식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분쟁 사후 처리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상품 설계·모집 과정·광고와 채널 관리까지 사전에 들여다보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이는 보험업계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라는 압박과 다르지 않다. GA(법인보험대리점) 관리 부실, 온라인 채널 불완전판매, 복잡한 변액보험 구조 등은 금감원의 새로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맞닥뜨릴 또 다른 부담은 ‘비용’이다. 소비자 대응 인력 확대나 내부 통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민원 예방 인프라 구축 등등. 말 그대로 올 코스트(all cost)다. ‘불신 비용’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소비자는 보험 상품을 ‘가입은 쉽고, 청구는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금소처 개편은 이런 ‘불신의 고리’를 끊을 제도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신뢰 회복’은 단기적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에게만 주어진다.
대형 보험사는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원 관리 역량이 취약한 중소형사는 오히려 신뢰도 하락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금감원의 금소처 개편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다. 이는 보험업계에 대한 경고다. 더 이상 사후 대응에 기대어선 안 되고,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을 설계하고 영업 문화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보험사들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