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감원 개편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각
금융감독원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 논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감독·검사 기능의 위상 재조정까지, 금감원의 정체성과 권한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17년 만에 국회 앞에 선 노조의 집회는 그 저항의 상징이자, 조직 운명을 건 정면 충돌의 서막이다.
그런데, 보험업계의 눈에는 이번 사태가 다른 결로 비치는 것은 왜일까?
금감원은 독특한 존재다. 정부 조직도 아니면서, 금융사들이 내는 ‘갹출금’으로 운영하면서, 감독 대상이 곧 재원 제공자라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는 참 이상한 존재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특히 보험업계는 판매 관행이나, 최근 이어지는 일련의 GA 규제, 보험 민원 처리에서 금감원의 ‘절대 권력’을 경험해왔다.
금감원의 독립성 논리가 때로는 감독의 불투명성과 과도한 재량권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솔직한 평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개편 시도는 보험사들에겐 낯설지 않다. 오히려 환영할 여지도 있다. 금감원의 권한이 분산되거나 정부 통제 아래 들어가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감독 기준이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낸 돈으로 운영되면서, 그 돈으로 우리를 제재한다”는 불만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노조가 내세우는 ‘소비자보호 약화’ ‘독립성 훼손’이라는 명분은 무시하기 어렵다.
보험산업이 복잡해질수록 전문성과 현장성이 요구되는데, 정치권력에 예속된 감독은 소비자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반발이 어디까지 진정성 있는 공익적 우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금감원 노조가 과거 원장 교체기마다 보여온 행태처럼, 이번 역시 ‘통과의례적 투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과 처우를 일정 부분 지켜낸 뒤 출구를 찾는 그림 말이다.
보험사들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감원의 절대 권력이 얼마나 조정될 것인가”에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성 강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동시에, 금감원이 주장하는 전문성·독립성 논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진정한 변곡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몸값을 올리기 위한 협상 전술에 그친다면, 이번 역시 통과의례로 끝날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흔들림 없이 개편을 밀어붙이고 제도적 틀을 바꾼다면, 금감원과 금융산업 관계는 20여 년 만의 구조적 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 말이 없다. 그러나 속내는 분명하다.
절대 권력이 조정돼 예측 가능한 감독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동시에 업계도 안다. 감독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자 신뢰와 산업 발전 모두 흔들린다는 것을 말이다.
금감원 개편 논의는 단순한 노조와 정부의 힘겨루기가 아니다. 공공성과 독립성, 그리고 합리적 규율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린 문제다. 이번 논란이 금융감독 체계의 변곡점이 될지는 앞으로 정부와 금감원, 그리고 금융산업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