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본 보험의 재구성
인공지능(AI)과 가상비서, 그리고 무수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인간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제 ‘기술’은 도구를 넘어 상호작용의 주체로 진입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한 채 기술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있다.
글로벌 보험그룹 맵프리(MAPFRE)가 발간한 보고서 ‘상호작용의 미래’(The Future of Interaction)는 2035년을 가정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인터랙션)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4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보험산업이 마주할 기회와 위기를 냉철하게 짚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 ‘기술은 멈추고, 변화도 멈춰’
‘벽에 가로막힌 사회’(Where the Wall Stopped Us) 시나리오는 우리가 꿈꾸던 기술 진보가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보여준다.
AI는 여전히 반복 작업에만 유용하며, 스마트폰은 여전히 주된 인터페이스다. 기술 간 연결성은 낮고, 규제는 혁신을 억제한다.
보험산업도 마찬가지다.
자동화는 제한적이며, 보험은 여전히 정형화된 상품으로 존재한다. 고객 경험은 비효율적이며,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보험은 실현되지 못한다.
이 시나리오가 주는 교훈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접속성’, ‘규제환경’, ‘소비자 수용성’이 결합되지 않으면 혁신은 멈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 ‘실용주의 기술사회’
‘최적화를 예술로’(The Art of Maximizing) 시나리오에서는 AI가 모든 일상을 관통하진 않지만, 업무 효율성과 일상 편의성에서 큰 성과를 낸다.
사람들은 스마트 비서와 함께 살아가며, 기술은 반복작업을 줄인다.
보험사는 청구 자동화, 행태기반 보험료 조정 등 일부 혁신을 이루지만, 여전히 복잡한 절차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이 사회의 핵심은 ‘폐쇄형 생태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빅테크와의 제휴 여부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자체 생태계를 가진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 간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 ‘디지털 격차가 만든 계급사회’
‘디지털 럭셔리 시대’(The Era of Digital Luxury) 시나리오는 AI와 고도화된 기술이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미래를 다룬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가격과 규제로 인해 대중에게는 닿지 않는다. 부유한 계층은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보험을 누리지만, 다수는 여전히 표준형 보험에 머무른다.
이 시나리오는 보험이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프리미엄 서비스’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기술적 격차가 곧 리스크 평가 격차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격차, 서비스 격차가 생겨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네 번째 시나리오 ‘UX토피아, 인터랙션의 완성형’
마지막 시나리오 ‘UX토피아’(Toward UXTOPIA)는 AI가 인간 삶에 깊숙이 통합된 사회를 상
상한다. 모든 기기는 환경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고, 인간은 단순 작업에서 해방되어 창의적 활동에 집중한다. 보험은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자동으로 조정되고, 리스크는 사전에 예방된다.
이 사회에서 보험사는 더 이상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리스크 파트너’가 된다. 고객은 AI를 통해 보험과 상호작용하며, 가입·보장조정·청구까지 모두 자동화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동시에 윤리적 고민도 던진다. 개인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분석, 알고리즘 편향, 과잉 자동화의 위험 등이 새로운 규제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맵프리 보고서는 단순한 기술 전망을 넘어, 보험산업의 재정의를 요구한다.
고객은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매끄러운 경험을 누리고 있다. 이제 보험도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지 않으면, 점점 더 고객의 선택지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보험사가 준비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인간 중심의 인터랙션을 잃지 말아야 하고, 기술 파트너십과 데이터 기반 운영 모델을 강화해야 하며, ‘신뢰’를 중심에 둔 데이터 윤리와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