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에 양극화, 보험료 인상·인하 결정 난항

올해 손해보험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주요 상품의 손해율이 발목을 잡으면서 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빅테크도 보험산업에 진출하면서 업계 긴장감은 심화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수치료에서 지출이 심화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다.

자동차보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20년 중 처음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손보업계는 고물가 시대에 금융당국과 정부의 압박으로 보험료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 과잉진료에 피멍 든 실손보험

손보업계는 고물가 시대에 국민 부담 경감에 동참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료 할인 혜택을 올 연말까지 6개월 연장했다. 당초 상반기까지만 시행하기로 했지만, 당국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손해율이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27.9%다. 상품별로는 1세대 141.9%, 2세대 123.8%, 3세대 129.3%를 기록했다.

이는 1~3세대 실손보험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으로, 손보사들이 적극적으로 4세대 전환을 독려하는 이유다.

올해 실손보험에서 가장 큰 지출이 발생한 항목은 도수치료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실손보험금의 연평균 증가율은 21.0%로, 올해에만 1조4000억원이 지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31년에는 7조6159억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라는 단일 항목으로 전체 지급 보험금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횟수와 범위 제한 없다는 점을 악용하면서 보험금 지출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백내장 과잉진료로 지출되는 실손보험금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1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수술 인원이 가장 많았던 수술은 백내장(49만7000명)으로, 두 번째인 일반척추수술(19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지급된 보험금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였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과 관련, 지난해 손보사에 청구된 보험금은 9514억원이다. 생보사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통상 실손보험금은 약관상 입원치료로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되며, 통원치료의 경우 25~30만원이 한도다.

소비자는 통원치료를 하면 양쪽 눈을 모두 수술해도 받는 보험금이 수십만원으로 제한되지만, 입원치료로 인정되면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이상까지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자 브로커를 동원해 환자 알선에 나섰던 일부 안과들은 다초점 렌즈의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부풀리며 수취해왔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의기투합해 백내장 수술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안과들을 적발하고 나섰다. 브로커를 동원한 안과의 행태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도 강화했다.

손보사들은 이전까지 수술명칭 기재 및 수술비 영수증 등 간단한 자료만 제출하면 실손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지난 4월부터는 전문의 검사지 등 치료·진단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까지 받고 있다.

도수치료는 20회 이상 이용 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하고, 치료 필요성과 효과를 검토한 뒤 보험금을 지급한다.

50회 이상이면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해 치료 적정성을 심사한 뒤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관련 민원이 다소 증가했다”면서도 “하지만 정당한 검사와 절차를 거치면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기준을 소비자들도 인식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3만6100건으로, 전년 동기(2만9639건) 대비 21.8%(6461건) 증가했다.

민원 증가의 대부분은 보험금 지급에서 발생했다. 보상 관련 민원은 올해 3분기까지 2만7974건으로, 1년 전보다 42.2% 급증했다.

◇ 업계 “보험료, 최소 10% 이상 올려야”

내년 실손보험료는 10% 이상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8일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향후 5년 이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을 100% 이내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이 유지되면 향후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위험손실액이 30조원에 달한다는 게 연구원이 도출한 결과다.

그러면서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항목에서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있는 만큼 평균 10%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했다.

여기서 관건은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도 금융당국이 고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인상 폭을 어느정도 수준까지 인정해주는지다.

자동차보험과 마찬가지로 실손보험이 소비자 물가 지수에 반영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보험료 조정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누수는 일부 잡혔지만, 도수치료가 여전히 문제”라면서 “최소 10%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업계의 바람대로 당국이 수용해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차보험 흑자, 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

자동차보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12개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7년 첫 흑자 이후 4년 만이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626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4137억원)보다 51.4%(2127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전반적인 차량 운행량이 줄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동차보험 흑자는 손보업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사의 3분기 누계 당기순이익은 3조5386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이 소비자 물가 지수에 포함되는데, 고물가 시대에 경기까지 침체되자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까지 호실적을 근거로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안정된 손해율로 올해 1%대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지만,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각각 2.9%, 2.5% 인하를 검토 중이다.

당초 내년도 보험료 인하 폭을 1.2~1.4% 수준으로 예견했지만, 중소사들이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대형사에도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 손보사 모두 그간 자동차보험에서 디마케팅 하면서 안정적인 손해율을 유지했고, 롯데손보의 경우 올해 보험료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2%대 인하 여력이 있다.

반대로 자동차보험 시장 85%를 점유하고 있는 상위 4개사는 올해 보험료 인하 이력이 있고, 2% 가량 내릴 시 내년에 적자를 피할 수 없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2%대 인하 맞춰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대형사의 경우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손해율이 점점 적정 손해율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수치료에서 지출이 심화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수치료에서 지출이 심화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